《이기는 싸움》

허지원 님이 쓴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챕터를 옮겼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기초점적 사고와 외로움을 관리하면 싸움에서 이깁니다. 이기는 싸움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스스로 이길 수 있을 때를 선택하는 겁니다. 어떤 경우든 싸움 전에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은, 이 싸움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관한 예측입니다. 단지 몇 분 후의 일을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몇 수 앞을 내질러 판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기려면 운도 따라야 합니다. 이기는 싸움을 미리 아는 것은 어렵습니다. 반면 현재로선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변별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정말 많은 방법을 써본 것 같은데, 지금 다시 생각해볼 때 상대가 바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 것 같나요? 이길 수 있는 싸움에 먼저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싸움이 이길 수 있는 싸움 맞나요? 이길 수 있을 때를 우리가 선택하는 건 어떨까요?" 영리한 포기는 우리 마음의 기능 최적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미덕입니다. 지금의 도전을 지속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세 가지 체크리스트가 유용합니다. 1️⃣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그보다 더 노력할 수 없다 2️⃣ 성과나 변화가 미미했다 3️⃣ 사실 꼭 이길로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세 단계 필터를 거쳐 모두 '그렇다'는 답이 나올 경우 그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포기하세요. 그 길, 아니에요. 정해둔 노력의 시간이 다하면 손 한번 탁탁 털고 내 과업의 완료를 선언하세요. 그 상태로 휴전일 수도, 종전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나머지 싸움은 외부의 적합한 전문가에게, 때론 최적의 적수에게 의뢰하고, 내 마음은 거둬 가세요. 다른 곳에 가져다 쓰면 더 잘 쓸 수 있는 당신의 에너지임을 차차 알게 될 테니, 일단 갖고 계세요. 사실 이 분투가 길어지고 패색이 짙어질 때 우려되는 건 '외로움'입니다. 외로움 자체도 걱정이지만 외로움이 또다시 이 불리한 싸움을 더 불리하게 만들지 모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시카고대학교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 교수가 10년 동안 추적 연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외로움은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추는 자기초점적 사고(Self-Centeredness,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한다)를 증가시킵니다. 이후 자기초점적 사고는 다시금 외로움에 영향을 미치며 이 둘은 상호 강화됩니다. 그러나 타인도 나처럼 자기만의 역동, 동기, 역사에 기반해 나름대로 조직화된 의사결정을 하는 하나의 고도의 지적생명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나의 고통감과 답답함만 가중되고 헛발질을 하기 쉽습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그 사람도 '생각이란 것'을 할 줄 압니다. 내 논리와 다를 뿐이지요. 나는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의 일부도 아니며, 다만 그 사람 환경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 환경의 일부인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직 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자기초점적 사고에 몰두하면 현재 상황을 고려한 실용적 판단력이 저하되기 마련입니다. 전세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데 사용할 사회적 기술이나 심리적 자원이 모두 나를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불리한 판세라면 전략상 물러서야 하는데 나를 중심에 둔 철 지난 '천동설'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영리한 싸움을 위해 자기객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기 자신과 상황을 타자의 눈으로 볼 때 비로소 냉정한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그제서야 반격의 길일을 현실적으로 택할 수도 있고, 바람의 방향을 바꿀 의외의 돌파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영리한 싸움 | RB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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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4일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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