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회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페어룸은 두 명이 일하고 있는 작은 회사입니다. 법인도 내지 않았고, 사무실도 없으니 회사라고 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실적과 명함 말고는 우리를 회사라고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주간 회의를 합니다. 월간 회의를 합니다. 분기별 회의와 연간 회의도 빼먹지 않습니다. 회의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저희는 지난 사업을 정리하고 다음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따로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집 거실에 책상 두 개를 놓았습니다. 각자의 화이트보드를 벽에 걸었습니다. 각자의 자리가 생긴 그날부터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우리의 사무실입니다. 저는 오전 10시에 출근을 하고, 슬랙에 오늘의 일정을 간단하게 올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12시까지 일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2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저희는 대부분의 시간에 각자의 일에 집중합니다. 슬랙에 메시지를 올리기도 하고, 논의가 필요하면 요청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은 모두 회의에서 정합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주간 회의를 진행합니다. 먼저 지난주를 돌아봅니다. 무사히 완료한 일, 계획하지만 마치지 못한 일, 예상치 못한 일을 함께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주에 대해 말합니다. 이렇게 일주일을 계획한 이유와 방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질문이 오면 대답합니다. 월간 회의나 분기 회의나 연간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들여 회의를 준비하고, 설명하고, 대답합니다. 두 사람 밖에 일하고 있지 않으니 주간, 월간, 분기, 연간 회의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입니다. 중간중간 공유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회의를 시작하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전부가 아닙니다. 전부 알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회사에서의 신뢰는 내가 가진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것을 함께 만들어나가며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스페어룸은 부부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다행히 사람 간의 신뢰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에서의 신뢰는 믿는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글로 적어두지 않고 말로만 끝난 정보는 사라집니다. 사라지기만 하면 다행입니다. 말한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열이 받습니다. 사실은 내 말도 그만큼 바뀝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회사에서도 회의를 합니다. 기록을 남깁니다. 큰 회사의 타성에 젖은 회의를 보며 시간 낭비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쏟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리와 공유만큼 중요한 신뢰 자산은 없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저는 건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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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5일 오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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