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비판'이라고 포장된 '날선 비난'에 관하여

01. 요즘 같은 시대에 '존재감'이란 꽤 중요한 가치입니다. 사람이든 콘텐츠든 브랜드든 단순히 존재하는 수준을 넘어, 그 존재가 스스로 차별화되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02. 하지만 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에는 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엔 긍정적인 방법도 있지만 우리 자신을 갉아먹는 매우 부정적인 방법도 존재하기 마련이죠. 03. 대표적인 것이 '타인을 비난하여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만큼 못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하고 건전한 비판은 늘 필요한 법이지만, 단순히 다른 대상을 비난하는 것으로 마치 본인이 '사우론의 눈'을 가진 존재마냥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04. 특히 정답이 없는 분야, 가치 평가가 나눠지는 분야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더 활개를 치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기획 필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기획은 필히 결과론적인 해석이 따라붙게 되기 때문에 그래도 대다수가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어느 정도 맷집이 키워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비난하고 평론하는 것으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죠. 게다가 이런 존재가 조직 내에 똬리를 틀고 있다면 그 조직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확률이 꽤 높아집니다. 05. 저는 '방관하는 사람'과 '비난만 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합니다. 그런데 정말 최악은 '방관하고 있다가 이때다 싶어 비난에 열을 올리는 사람'입니다. 이런 유형은 사실 답이 없습니다. 게임에 참여해야 할 때는 은근슬쩍 뒤로 빠져 있다가 어느 정도 가치판단이 내려지고 결과론적인 해석이 떠오르는 타이밍에 이르러서야 비난의 행렬에 가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치 본인을 '큰 그림을 보는 사람'처럼 포장하고 나면 왠만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미운 짓을 모두 걸치는 셈이죠. 06. 다들 아시다시피 최근 스타트업들은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살을 깎고 이를 악물며 생존 전략을 짜느라 나름의 최선들을 다하고 있죠. 하지만 이때다 싶어서 너무 쉽게 특정 기업을 비난하고 저주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감상에 가까운 글을 쓰고 퍼나르며 그동안 참아왔던 질투와 시기에 풍로를 돌리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07. 비판적인 견해와 시선이 존재해야 건전한 판이 형성된다는 것은 저 역시도 120% 공감합니다. 다만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 다른 대상을 비난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어떠한 도움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인사이트가 아니라 악플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08. 얼마 전에 만나 뵌 선배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스스로를 날카롭고 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부류들 중 대다수는 타인의 약한 부분만을 공격한 다음 자기 칼날이 잘든다고 뽐내는 자들이다.' 09. 그러니 새해에는 부디 그릇된 목적으로 다른 이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일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봅니다. 그 에너지 다른 데 쓰면 얼마나 소중히 잘 쓸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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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5일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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