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부러우신가요?

01. 기획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질투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남을 시기하고 깎아내리는 그런 나쁜 의미의 질투가 아니라 '와.. 저건 진짜 기획 잘했다. 부럽다. 샘난다' 같은 질투라고 해야 맞겠죠. 그래서 저도 가끔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참 얄밉도록 잘했다'입니다. 02.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러움에도 변천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저는 주니어 시절, 그러니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년 차 정도가 될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능력(ability)'이 부러웠습니다. '저 사람은 저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저 사람은 가진 재주가 참 많구나', '저 사람은 식견과 경험이 남다르구나'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거든요. 그때는 저도 얼른 좋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03. 그리고 주니어에서 시니어가 되어가는 5-7년 차 정도의 무렵에는 '시스템(system)'이 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저 조직은 저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구나', '저 회사는 저런 문화를 공유하고 있구나'하는 게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동기들과도 '넌 저런데 가면 잘 할 거 같애', '우린 이런이런 것만 갖춰지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같은 말들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하지만 그런 시스템적인 부러움은 간혹 제가 속한 시스템들을 탓하게도 만들었죠. 04. 그리고는 올해로 11년 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지금은 뭐가 제일 부러우세요?'라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좋은 태도(attitude)를 가진 사람이 가장 부럽습니다.' 이건 성인군자 같은 내용으로 글을 포장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늘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그 사람이 그런 태도를 가지게 된 배경과 역사가 너무도 궁금하거든요. 05. 이처럼 태도가 부러움의 대상이 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태도가 좋은 사람들에게는 늘 '지속하는 힘'이 있었거든요. 슬픈 얘기지만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 중에 예상외로 일찍 그 날개가 꺾인 사람들을 제법 봐왔습니다. 개인의 아픔에서 단점을 도출하고 싶진 않지만 그중에는 조금만 더 좋은 태도를 가졌더라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 능력을 지속하는 힘은 결국 태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거죠. 06.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이든, 설계된 시스템 안에 참여한 사람이든 간에 좋은 결과와 결론에 이르는 사람들은 역시 태도가 훌륭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스템이야말로 그 시스템을 만들 때의 진정성, 그리고 그 시스템을 유지해 나갈 때의 지속성 이 두 가지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태도가 좋은 사람들은 시스템 안에 녹아들어 그 시스템을 더 잘 디벨롭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뼈저리게 공감했습니다. 07. 그렇다고 제가 말하는 좋은 태도가 저자세, 무조건적인 겸손, 원만한 대인관계, 속으로는 부글부글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 않는 마인드컨트롤 모드 등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는 태도란, '스스로를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연료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태도는 누군가를 대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타인에게도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08. 2년 전쯤이었을까요. 한 후배에게 제가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OO 님은 얄밉도록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자 후배가 화들짝 놀라며 '제가 왜 얄미워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했죠. "늘 좋은 태도를 가지고 계신 게 참 부러워요. 그래서 설사 OO 님에게서 실망스러운 포인트를 발견한다고 해도 저는 제 맘속으로 여러 번의 기회를 드릴 거 같아요. '저 사람이면 분명히 다시 좋은 방향으로 태도를 회복할 거야'라면서요. 세상에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얄밉도록 부러워요." 09. 부러움의 역사가 또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게 이번 부러움은 꽤 오랜시간 같이 동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부러워했던 포인트들을 끝까지, 오래, 좋은 방향으로 유지시키는 힘은 '태도'에서부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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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9일 오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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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너무 따뜻하고 좋은 글이에요! “얄밉도록 부럽다”는 감정을 저도 종종 느낍니다. 때로는 상대의 뛰어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고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