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과 적성의 발견은 어떻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느리고 더뎌지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상식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 역설적인 말의 의미는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슨 뜻일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기 싫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인지적 구두쇠 현상은 자기에게 별로 적합하지 않은 영역을 만날 때 특히나 더 기승을 부린다. 미식가로서의 자질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은 필자는 식당에 가면 ‘아무거자 먹자’고 아내를 보챈다. 전자제품에 별 관심이 없는 필자의 아내는 전자상가에서 한참 고르고 있는 필자에게 ‘아무거나 사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왜 전자의 필자와 후자의 아내는 상대방을 보챘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전자의 아내와 후자의 필자는 메뉴판과 진열대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니 결론을 내지 않고 고민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취약한 영역에서는 빨리 결론 내고 싶어 하며, 자기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섣부른 결론보다는 생각 자체를 즐기며 머무는 것이다. 그러니 아동이든 성인이든 오래 생각하기를 즐기고, 그렇기 때문에 결론이나 결과물을 내놓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분야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지적 구두쇠가 아닌 인지적 투자자로서의 자질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빨리’ 해내는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그 일에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그 사람이 그 일에 가장 적은 생각의 양을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무언가를 빠르게 해내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일에 적합한가를 보여주는 단서로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점을 항상 경고한다. 심리학자들의 최근 연구를 보면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일을 ‘향유’하는 것이다. 향유하는 것은 단순히 그 일에 대해 완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일을 즐기면서도 꾸준히 해내며 호기심을 갖고 임하는 전반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으로 인한 빠른 해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오랫동안 그 일을 즐기면서 머무르는 향유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을 향유하는 사람으로부터 속도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겉모습만 볼 때 그들은 자주 느려 보이고 심지어 어슬렁거리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혜로운 리더라면 이런 경우를 눈여겨봐야 한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인물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부모님들에게도 늘 이렇게 말씀드린다. “아이가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해내는 것보다, 아이가 느림보가 되면서도 짜증 내지 않는 것들을 눈여겨보십시오. 거기에 아이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적성이 숨어 있을 겁니다”라고 말이다. 단순히 몇 달 하고 치울 일이 아니라 평생을 투자해야 하는 적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CEO 심리학] 후다닥 A직원 vs 느림보 B직원...일 즐기며 성과낼 사람은 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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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후다닥 A직원 vs 느림보 B직원...일 즐기며 성과낼 사람은 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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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1일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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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삭제된 사용자

    2023년 01월 11일

    벤처에서 일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경력입사해 SERICEO 런칭과 국방부 M•KISS 기획을 1년만에 해치운 뒤 실무자의 재량권을 사사건건 간섭하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체계에 학을 때고는 다시 벤처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한 SERI 연구조정실장 윤순봉 전무님의 일갈 : 네 적성은 네가 정하는게 아니라 너를 데려다 쓰는 사람이 결정하는거야. 넌 내일부터 내 밑에서 일해라. 벤처보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해줄테니...그래서 13년간 동고동락하며 전무-부사장-사장-퇴직할 때 까지 보좌하게 되었답니다

    ‘적성은 나를 쓰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생각해볼만한 말이네요.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