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많이 다친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는 통증이 발생하면,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하는가? 병원으로 가서 진통제를 맞는다. 그런데 진통제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과거에는 뇌의 반응이나 역할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뇌 기능의 작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스턴 대학의 피넬 교수가 밝혀낸 사실을 확인해 보자. 진통제를 먹거나 투여하면 그 약효는 상처 부위에서 통증을 제어하는 게 아니라, 진통을 관장하는 뇌 부위로 가서 통증을 약화시킨다. 이때 육체적 통증을 관장하고 이를 기록하는 뇌의 부위가 ‘전측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이다. 이 부위는 통증 경험과 가장 자주 관련되는 피질 영역으로서, 통증을 등록하고 통증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 관여한다고 한다. (Pinel JP (2011). Biopsychology (8th ed.). Boston: Allyn & Bacon) 그런데 우리의 삶을 천천히 살펴보자. 살면서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육체적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정신적 고통, 즉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사가 나를 비난하고, 내 동료가 나를 비판하고, 내 가족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내 친구에게 가슴 아픈 말을 들을 때 우리의 마음은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학자들은 궁금해 했다. 육체적 통증은 전측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제어하는데, 정신적 통증은 뇌의 어떤 부위에서 통증을 제어할까? 심리학자 아이젠베르그와 리버만은 컴퓨터 게임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의 뇌 구조 변화를 fMRI 스캔으로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 세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컴퓨터 게임에 참여한다. 그중 두 명에게는 사전 지시를 내렸다. 세 명이서 같이 공을 주고받다가, 조금 지나면 나머지 한 명을 모른 체하고 둘이서만 주고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소외된 한 명의 뇌에서 놀라운 변화가 관찰되었다. 따돌림을 당해 스트레스를 받자, 참가자의 전측대상회가 육체적 통증이 발생했을 때와 유사하게 변화하는 게 확인된 것이다. (Eisenberg, Liberman, 2003) 결과적으로, 전측대상회는 육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정신적 통증을 느낄 때 모두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나의 뇌는 내가 경험하는 고통이 육체적 통증인지, 정신적 통증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육체적 통증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신적 통증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사에게 비난을 받거나 회사에서 동료들과 다퉜을 때도 타이레놀이나 게보린을 먹으면 통증이 완화되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내일이 프로젝트 발표일이다.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가운데, 최 차장의 얼굴이 어제부터 몹시 안 좋다. 고열에다 스트레스성 위염까지 겹쳐서 매우 힘들어 보인다. 얼굴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최 차장에게 보통 뭐라고 말할까? “아유, 최 차장님! 좀 쉬세요! 약은 드셨어요? 식사는요? 안 하셨으면 이거라도 드세요. 마무리는 저희가 할게요. 여기 누워 계시다가, 시키실 일 있으시면 말씀 주시고요. 아니다, 그냥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 우리는 아픈 사람을 잘 먹이고, 잘 쉬게 해주고, 몸을 보호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최 차장이 부인과 싸웠다. 사소한 일로 시작했지만, 감정이 격해지면서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 얘기할 정도로 격렬하게 싸웠다는 모양이다. 대충 씻고 집에서 나왔다는 최 차장은 얼핏 보기에도 눈 밑이 퀭하니 힘들어 보인다. 우리는 이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유, 최 차장님!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래요. 아직도 싸우시는 걸 보니 금슬이 좋으신가 보다. 미안하다고 문자나 보내시고, 퇴근길에 케이크 하나 사 들고 가세요.” 이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조언의 모습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론에 따르면, 정신적 스트레스도 강도에 따라서 뼈에 금이 간 것과 거의 흡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육체적 고통을 받을 때에는 잘 먹이고, 잘 쉬게 하고, 치료받게 하는 반면, 정신적 고통을 받을 때에는 위로, 조언, 충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갔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고,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이가 많이 좋다. 아빠에게 비밀이 없는 딸이다. 딸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중학교 때까지는 선생님들에게 예쁨받으면서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주 야단맞다 보니 상처를 받아 학교 가기 싫다, 전학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들을 때마다 아빠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하루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데 부재중 전화가 떴다. 쉬는 시간에 전화를 해보니 딸이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는다. “아빠, 선생님이 또…엉엉” 하면서 서럽게 운다. 그때 내가 뭐라고 말했을까? “잘 들어. 이제 너 고등학생이야. 언제까지 아빠가 니 얘기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선생님도 너 잘못되라고 야단치시는 게 아니잖아? 울지 마. 너도 이제 이런 일 정도는 스스로 이겨내야지!“ 이렇게 말했을까? 그럴 리가… ”지금 학원이니? 그래, 건물 1층에 가면 카페 있지? 거기서 버블티를 한 잔 시켜.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슈퍼주니어 뮤직비디오 두 편을 봐! 그 후에 아빠에게 다시 전화해. 알았지?“ 30분 후에 전화가 왔다. 물론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누군가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마다 위로나 조언을 하려고 하지 말아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 일단 먹여라! 아주 맛있는 것을 먹여라! 그 사람은 내가 치료하고, 보호하고, 간호해 줄 대상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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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3일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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