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해 부정적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1. 한 명의 창작자로서.. 마냥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뜨고 있다”고 말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인 것 같지만, 언젠가부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스탠스가 바뀌었다. 2. 어느 순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그들이 현실에서 펼치는 행동들이 뭔가 빈약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3.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창작자의 수에 테크를 붙이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콘텐츠 비즈니스는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오늘 인기 있었다고 해서 내일도 인기 있는 게 아니니까. 4. 그래서 콘텐츠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하려면, 순간적 인기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그게 팬덤이든 독창성이든 나름의 지속성을 구축해야 하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 ‘인내심’과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단순히 속도와 성장을 추구해서는 여기에 베팅할 수 없다. 5.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지점은,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분은 사실상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점. 순간적인 인기와 트래픽은 그게 아무리 폭발적인 결과를 낳더라도 결국에는 다 날아가 버리니까. 6. 그런 의미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회사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한계는, 테크에는 열심히 투자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장기적 경쟁력을 가지는 데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이에 투자할 생각도, 투자할 방법도 모른다는 점. 7. 그래서 현실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회사들은 나름 인기 있는 창작자들을 섭외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익에 수수료를 빼먹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8.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수수료 비즈니스는 꽤나 강력한 모델이지만, 수수료 비즈니스가 파괴력을 가지려면 기꺼이 그 수수료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가능한 부분. 9. 그런데 얼마 전에 테크 크런치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현재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비즈니스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의 수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한다는 회사들이 더 많다는 점. 그래서 비슷비슷한 서비스에서 비슷비슷한 창작자들이 등장하는 상황이고. 10. 게다가 A급 창작자들은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전체 창작자 중에서 진짜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극소수이기도 하고. 11. 현실이 이렇다 보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하는 회사들은 요즘 ‘부수익'을 만들어준다는 그럴듯한 프레임을 내세우는데, 12.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잔인한 말이지만.. 현재로서는 ‘부수익' 정도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마주해야 할 엄연한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부수익을 많이 만들어도 그건 결국 부수익일 뿐이고. 13. 물론 그게 부수익이라도 그걸 엄청 많이 모으면 하나의 회사로서는 꽤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그걸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며 엄청난 경제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왠지 과장 같다고나 할까. 뭔가 MCN 시즌2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14. 그런 의미에서 수수료 비즈니스나 부수익을 노리는 것보다는, 창작자 한 명 한 명이 마주하는 한계와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걸 기술적인 방법이든, 재정적인 방법이든,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해야 할 것 같은데.. 15. 콘텐츠를 안 만들어보고,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안 해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리스크로 받아들이더라. 16. 그런데 리스크를 안 짊어지고 안전한 방법으로 새로운 산업이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나? 그런 방법이 있다면야 너무나 좋겠지만, 현실에서 ‘노 리스크 하이 리턴’은 허상인 경우가 더 많지 않나? 17. 그렇기에 어쩌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질문은 ‘본인들이 크리에이터를 위해 어떤 리스크를 지고 있는가?’일 수 있다. 18.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진정으로 뜨려면, 단순히 수수료를 노나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짊어지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함께 짊어질 수 있는 회사들이 등장해야 할 테니까. 19. 그렇게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회사와 창작자가 계속 늘어나야 뭐라도 바뀌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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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6일 오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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