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하찮아지는 소상공인 정책 딜레마

2월 말까지는 매경이코노미 기자와 사내벤처(창톡) 대표를 겸한다. 원래 사내벤처가 되면 업무에서 100% 열외지만, 나는 원고료 한푼 안 받고 거의 매주 기사를 쓰고 있다. 내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도 결국은 '기업을 통한 저널리즘 실천'이 목적이었으니까. 이번엔 '기업가형 소상공인 정책'에 대한 커버스토리를 썼다. 제목 하야 '장사 대신 경영을-자영업 스케일업'. 강소상인 오디션 대회에서 우승한 두 대표와 소상공인정책실장, 소상공인 동네 펀딩 스타트업 '비플러스' 대표를 인터뷰하고, 왜 소상공인도 더 이상 보호만 말고 육성도 해야 하는지 전했다. 내일부터 전국에 배포되고 온라인에도 릴리즈 될 거다. 사실 소상공인을 육성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도전적인 아젠다다. 육성을 하려면 적어도 5000만~1억원을 소수의 강소상인에게 지원 또는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필요한 수많은 영세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차라리 그 돈을 100만원씩 쪼개면 50~100명에게 나눠줄 수 있다. 10만원씩 쪼개면 500~1000명에게 돌아간다. 이를 고려하면 소상공인 육성 정책은 마치 엘리트 계층을 위한 '부익부 빈익빈'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자칫 수백만명의 영세 소상공인의 표를 잃을 수 있는 도발적인 정책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 점을 우려해서인지 대선 전에는 소상공인 육성 정책을 공약으로 전면에 내걸지 않았다. 당선 되고 나서 갑자기 꺼내들었다. 정치인은 역시 정치인이다.) 그래서 지난 수십년간 소상공인 정책은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하나같이 '보호' 일색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지금 어떤가. 결국 아무도 보호하지 못했다. 이게 소상공인 정책의 딜레마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나눠주려 쪼개다 보면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 안 되는 푼돈이 된다. 계산해 보자. 자영업자 500만명에게 1만원씩 주면 500억, 10만원씩 주면 5000억, 100만원씩 주면 5조원이다. 조 단위 예산을 써도 한달 월세조차 못 내준다. 내가 작년에만 두 번 인터뷰 한 조주현 중기부 차관도 이 점을 지적하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건 내가 수년 전부터 제안해온 정책이다. 아래 두 기사를 보면, 정부에서 내 기사의 주제는 물론, 제목의 워딩까지 그대로 받아썼음을 알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뀌는 프랜차이즈 패러다임 -생계형은 보호·투자형은 육성…‘투트랙’으로(2020.08.3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4/0000066236?sid=101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 "기업가형·생계형 소상공인 '투트랙' 지원" (2022.09.0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141491?sid=101 2020년 기사에서 나는 "일반 생계형 점주와 기업가정신을 지닌 다점포 점주를 구분해 전자는 보호하고 후자는 육성하는 맞춤형 투트랙 정책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이란 정책 제목도 여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자랑하진 않았을텐데, PR도 대표의 역할이라 자의반 타의반 포스팅 하는 것임을 양해 바란다ㅋ) 내가 제안했던 정책이 도입됐다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정책이 성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제 걱정은, 정부가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제대로 선별해서 투자할 '선구안'을 갖췄는가다. 심사위원으로 민간 전문가를 기용한다 해도 제 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구조에선 '피 튀기는 엄정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 그런데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을 인터뷰해보니, 다행히 정부도 이런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정부는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을 형성해줄 뿐, 구체적인 투자 모델은 민간에서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 자영업은 벤처와 수익 커브와 회수 구조가 다르고, 부동산 자본이나 로컬과 연계돼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회수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100% 같은 의견이다. 사실 창톡도 벌써 그런 제안들을 받고 있다. 창톡의 장사 고수들이 대박 가게를 만들어내면, 입점한 건물 가치가 수억수십억 뛰고, 도시 재생의 주역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며 각종 투자, 협업 제의가 온다. 나는 처음엔 소상공인의 생존과 성장을 돕기 위한 '에듀테크'로서 창톡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갈수록 '프롭테크'에 중첩된다. 백종원 대표도 처음엔 소상공인 컨설팅 프로그램 '골목식당'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인 예산시장 살리기를 하고 있지 않나. 부가가치만 생각하면 후자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창톡의 '초심'은 아니었기에 사이드 프로젝트라면 모를까, 메인 프로젝트로선 내키지 않는다. 공동창업자들도 당장 후자에 집중하는 것은 창톡의 정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지해줬다. 고맙다. 사실 이것도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니다. 궁극에는 투트랙으로 가면 된다. 다만, 자원이 한정된 초기 스타트업이다 보니 하는 고민이다. 어서 성장해서 이것도 저것도 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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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9일 오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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