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많이 해봐야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하지만, 만약 실수를 하지 않고도 처음부터 잘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배우려면 제대로 실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실수는 자신감 있는 실수를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확신을 가지고 저지른 실수나 오답이 나중에 바로잡히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즉 과감하고 자신있게 틀려야 나중에 더 잘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세상의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왜일까? 실수의 긍정적 측면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컬럼비아대 재닛 멧커프와 리사 손 교수의 실험을 통해 왜 그런지를 알아보자.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준다. 모르면 답을 쓰지 않아도 된다. 만일 답을 적었다면 자신이 적은 답변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물어본다. 사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틀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리고 자신이 쓴 답에 대한 확신감으로 그룹을 상중하로 나눈다. 답을 아예 쓰지 않은 그룹까지 포함해서 총 4그룹이다. 시간이 흐른 뒤 4그룹 모두에게 정답을 알려준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정답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관찰했다. 누가 가장 그 정답을 잘 기억해냈을까? 자신의 답이 정답이라고 확신했던, 다시 말해 자신감은 높았으나 틀렸던 그룹이었다. 시험 문제가 아닌 다른 일에 있어서도 이 결과는 일관되게 관찰됐다. 일이든 공부든 높은 자신감을 갖고 틀렸을 때 이후에 바로잡아준 지식이나 행동을 유지하기 가장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답을 하지 않은 그룹에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시험으로 치자면 백지를 낸 것이고 일로 치자면 아무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바로잡은 정답이나 정확한 행동을 기억해내는 확률은 자신감 있게 틀린 그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유를 밴더빌트대 심리학자 리사 파지오 교수는 잘못된 기억이나 생각이 바로잡힐 때 사람은 훨씬 그 일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이 고등학교 때 성적이 안 좋았다고 강하게 믿었던 사람들이 평범한 성적 수준이었다고 어정쩡하게 믿었던 사람들보다 ‘아인슈타인은 우등생이었다’고 바로잡아주면 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기억 현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전자는 “어? 그게 아니었어?”라고 하면서 눈과 귀를 쫑긋 세우기 때문이다. 이를 ‘주의의 포획(attentional capture)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이 시대 리더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되는가?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일단 ‘자신감 있게’ 무언가를 저지르게 만들고 있다. 비록 실수가 있더라도 이후에 일을 훨씬 잘하게 되는 현상들이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당황스러운 실패 이후에 좀 더 나은 제품이나 전략이 나오지 않는가. 따라서 지혜로운 리더라면 부담 없이 ‘자신 있게 실수할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앞서 나왔다.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다. 한 번 시켜보고 잘하지 못하면 그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거나 아예 다른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진짜 인재는 처음부터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번 실수나 실패를 경험한 후에 그 일을 더 잘 해내는 사람이니 말이다. 이런 자신감 있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고 미지근한 정도로만 시도하거나 혹은 그런 시도조차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이른바 정답이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조직에 만연하고 결국 무언가를 새로 배우려고 하는 활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CEO 심리학] 실수도 자신있게 해야 더 잘 배운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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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실수도 자신있게 해야 더 잘 배운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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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9일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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