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한테 '혼난다'...? (문화 충격)

몸은 떨어져있지만 요즘 한국의 직장인들은 어떤 문제들을 해결하려하는지, 어떤 고민들을 안고 있는지, 나는 항상 궁금하다.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팟캐스트 대신 유툽을 더 보게 되었는데, (한국과 달리 샌프란 이곳은 지하철에서 비디오 잘 안터집니다) 최근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얼마전에는 ‘퇴사한 이형’, 그리고 ‘직장인의 난’ 채널들을 발견했다. 
 퇴사한 이형의 진행자는 한국 대기업 인재관리실 같은 곳에서 딱 마주칠 법한 사람. 세련된 말솜씨와 깔끔한 외모와 옷차림. 채널도 사업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총체적으로 잘 꾸려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대답해주는 코너도 있는데, 들으면서 미국과 한국의 직장 생활이 이렇게도 다르구나.. 새삼 느낀다. 직장인의 난의 메인 진행자도 이전 인사과 출신인데 유툽/팟캐스트 방송은 본업이 아니라 취미로 하시는 것 같았고 친근하고 편안한 동네 오빠 같은 컨셉.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문화 충격으로 퇴사한 뒤,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 또한 15년 전 숨막히는 한국의 대기업을 탈출한 선배로서 격려해주고 안아주고 싶은 그런 사람. 가장 크게 다가오는 한미 직장생활의 문화 차이는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한가지를 추리자면, 입사와 퇴사가 얼마나 유동적인지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가 아닐까. 가령, 미국에서는 이직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여정이고 본인이 왜 이직을 했는지에 대해 스토리가 탄탄하다면 잦은 이직에 대해 딴지 거는 사람도 없다. 연봉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반면 회사에서 그 인력이 필요 없다면 언제든지 떠나시오 통보할 수 있고, 우리는 쿨한 척하며 떠난다. 분위기가 이렇기에 다니던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거나, 상사와 트러블이 잦다면 대처하는 방법은 당연하다. 그걸 참을 이유도, 당하고 있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저성장에, 좁아 터진 일자리에.. 어렵게 들어간 직장, 그만두는 게 더 어려운 거라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 안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상했던 점 중 하나는, 상사에게 ‘혼난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처음엔 잘못들은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나에겐 생소하게 다가왔다. 미국도 분야별로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몸 담았던 테크쪽에서는 상사와 잘 안맞는다. 의견이 다르다...라는 표현을 하지, 그 누구도 ‘혼났다’라고는 안할 것 같다. 이곳에서의 상사란 나의 성과를 평가하는 사람, 그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사람. 내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워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동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훈계를 기대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다. 설령 누가 혼냈다고 하면, 그건 괴롭힘으로 간주되어 인사과에 보고가 가거나, 둘 중 하나가 회사를 떠나거나 할 것이다. 말로만 수평조직이라 하지말고 근본적으로 서로를 대등하게 대하며 일하는 문화.. 한국에서는 넘사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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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1일 오전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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