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왜 까다로울까. 무엇 때문에 어렵고 힘들다고 할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상대가 자기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를 움직여야 하는 데 만만치 않다. 결국 협상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다. 상대가 당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는 나름대로 의도가 있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협상은 힘들어지고 까다로워진다. 가족과의 협상을 예로 들어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족과의 협상이 쉬운가 어려운가. 사례를 살펴보자. 남편은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 가고 싶었다. 부인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망설였다. 이번 주 사흘 연속 늦게 귀가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부인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미안한 마음에 아침부터 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모임 얘기를 슬쩍 꺼내 봤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부인은 모임에 참석하지 말라고 답했다. 남편은 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부인은 단호했다. 협상 실패다. 이대로 끝나면 모임 자리는 포기해야 한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관점을 바꿔 봤다. 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남편은 요 며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신경이 온통 사무실에 가 있었다. 때문에 부인은 자신에게 소홀하다는 기분을 느꼈을 게 분명했다. 다시 한 번 눈치를 살핀 그는 부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당신 말이 맞아. 애들 보느라 힘들었지. 아침에 보니까 피곤해 보이더라. 친구들은 다음에 만날게. 오늘은 애들과 같이 오랜만에 외식하자. 아니면 영화 한 편 어때?”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사실은 남편도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그리웠다. 물론 부인의 마음이 혹시라도 풀리면 모임에 가라고 허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이고 가족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반전이 일어났다.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가. 외식은 이번 주말에 하자.” 이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다. 남편은 부인이 처한 상황을 알아 주고 공감했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데 이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사람은 본래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믿고 따른다. 협상을 잘 풀어 나가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상대방 관점에 공감하라. 모리 타헤리포어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Bring Yourself)’에서 “공감 능력은 협상가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했다. 상대를 제대로 이해해야 성공적인 협상을 끌어낼 수 있다. 훌륭한 협상가는 상대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양보해야 할지 알고 있다. 공감은 갈등을 완화하고 긴장을 풀어준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사모펀드(PEF)에서 부실 채권을 담당하는 A씨는 매번 대출금 회수에 애를 태운다. 악화된 자금 상황으로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하면 그는 담보물 회수 준비에 착수한다. 건물, 집, 기계 설비 심지어 자동차 까지 담보물의 현재 가치를 산정해 경매를 계획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대출한 금액보다 회수 가능한 금액이 많다면 걱정 할 일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모자라기 때문에 애가 탄다. 당연히 숫자에 집중했다. ‘돈 갚아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담보물을 취득하겠다’는 식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대출금 회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뒤끝은 유쾌하지 않다. 좋았던 고객과의 관계가 훼손되거나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결국 고객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방법을 바꿔 보았다. ‘숫자’에 집중하는 대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고객들은 사업을 하며 먹고 살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대출금을 못 갚게 됐을 뿐이다. 그들의 힘든 사업과 어려운 형편에 눈을 돌리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예컨대 사업주가 병에 걸려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면서 사업체도 흔들리게 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점은 재무제표나 다른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사업주의 상황을 조금만 배려해주면 업체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사람이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공감은 협상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게임의 형식도 바꾼다. 실제로 뛰어난 리더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협상장에서 공감을 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자신의 주장에만 몰입한다. “됐습니다.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우리 요구는 이렇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상대를 설득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다. 상대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2️⃣상대 의견에 비난만 한다. 많이 저지르는 잘못이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상대방 말 속에서 단점이나 허점을 잡아내려고 애쓴다.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3️⃣심리적 거리감 때문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한다. 서로 다르다는 인식이 거리감을 만들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느낌, 행동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리감은 상대를 경쟁자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들로 ‘공감’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때로는 공감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을 지나치게 이입한 나머지 그 사람의 문제를 마치 자기 문제인 것처럼 착각할 때다. 상대가 가진 문제를 보고 얼마나 속상할까 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적절한 선을 긋지 못해 결국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내린다. 이럴 때는 먼저 자신과 협상해야 한다.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무엇을 내놓을 수 있고 무엇을 내놓기 싫어하는지 먼저 파악하라. 그리고 당신에게 덜 중요한 것을 양보하고 더 중요한 것을 얻으면 된다.

[ 칼럼 ] 까다로운 협상을 풀어내고 싶으면 먼저 상대와 '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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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1일 오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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