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디자인> “모든 것이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것과 관련 있다.” — 디자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 1년 간 기록에 대한 회고 1. 한 달에 한 번 일단 최소 한 달에 한 번씩은 글을 쓰자 맘 먹었더랍니다. “우당탕당 디자인“, “무대 뒤 디자인“, ”알쓸신잡 디자인“ 같은 느낌으로 다양한 디자인 관련 이야기를 풀어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여러 제목 후보들이 있었는데 최종 ”서글서글“로 선택했습니다. 디자인은 친절하고 상냥하니까요. 그리고 서씨 디자이너가 쓰는 글이니까요. :) 화자인 저를 <기업이 디자인(디자이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실제 실행하며 연구하는 디자이너>로 정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프로페셔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예상한 부분이었지만 디자인조직, 디자인문화와 같은 운영적 측면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다루게 된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부분이 실제 현업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깊게는 아니지만 경영학의 전반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고 링크드인을 통해 HR의 세계를 엿보기도 하면서 많은 탁월하신 분들께서 나눠 주시는 다양한 인사이트와 사례들을 통해 어깨 너머 배우며/ 시도해 보고/ 실수하고/ 실험해 보고/ 혼도 나고.. ^^;;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지난 1년간 다루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가 당연히 정답도 아니고 어떤 사안에 대한 수 많은 의견들 중 하나일 뿐으로서 최대한 제 생각을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틈틈히 글을 고쳐가며 매월 하나 씩 올려 보고자 했습니다. 2. Connecting the dots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께요. 저는 처음부터 디자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서무라는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카드(당시 삼성캐피탈) 고졸공채로 입사하여 여름방학부터 출근하며 약 6개월 간 수습기간을 거쳐 이듬해 졸업하기 전 1월에 정식으로 발령받아 지점의 총무/경리업무를 맡았습니다. 지점장님 모닝커피부터 회의시, 외부 손님 방문시 커피 업무, 생수나 사무용품, 카트리지 신청과 같은 물품 관리 업무, 영수증 처리부터 지점결산까지 지점의 살림을 하는 업무였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늘 당연한 현상을 유지하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많이 느낀 직무였습니다. 늘 당연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제 업무이므로 매일 사용하는 것들 중 부족분이 발생되지 않도록 챙기고 월차를 사용하게 되면 전날 지점장님 책상과 회의실, 탕비실을 평상시 아침처럼 모두 정리하며 마무리 했습니다. 또 매일같이 영업사원들의 발생비용을 현금으로 처리해 주었습니다. 평소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잘 챙겨준 선배가 있었는데 고마움의 표시로 항상 빳빳하고 비교적 깨끗한 돈을 미리 준비해 놨다가 특별히 구별하여 드렸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선배 잘 살고 있죠? ^^) 아무도 보지는 않지만 각 잡고 영수증을 붙이면서, 홀로 계산기 두들기며 금고의 돈을 다 꺼내 맞춰 보면서 1원 한 장 틀리지 않고 일마감 하는 데에 쾌감(?)을 느끼며 나름 의미와 재미를 찾으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질문하게 되었고, 그것을 발견한다면 한 번 뿐인 인생 해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강렬해져 갔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저는 미대를 알아 보면서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디자인이라는 개념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전문직이고, 멋있어 보이고 (돈도 많이 벌 것 같고) 해서 정말 무식하게 도전했는데 기적처럼 디자인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당시 후문으로는 대다수 교수님들이 저의 입학을 반대했고 저를 적극 추천하셨던 교수님도 한 해만 지났어도 제가 입학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런 제가 합격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엑셀“로 만든 포스터였습니다. 원래 미술이나 디자인을 준비해왔던 것이 아니었기에 저에게는 면접심사시 제출해야 할 포트폴리오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당시 서무업무를 보던 사무원으로 제가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인 엑셀을 활용해 포스터를 만들어 면접심사시 가져갔던 것입니다. 참 어이 없기도 하고 당연히 퀄리티를 논할 거리조차 없는 형편 없는 포스터였을텐데 어떤 부분에서인지 교수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엑셀”로 만든 포스터로 시작해 지금 16년차 디자인 디렉터로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제 첫 직무로 2년 반 정도 지점 살림을 했던 경험이나 주말경영학사를 공부하면서 경영이나 행정에 대해 전반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된 것들이 디자인 선수시절과 또 다르게 현재 팀을 운영하는 일에 연결되고 플러스 되어 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팀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일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으며 제 역량이 부족한 점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복기하며 나아가야 할 원칙을 중심으로 생각의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Connecting the dots”. 엑셀 ——— 디자인. 전혀 상관없어 보인 것들이 연결된 것처럼 오늘 하는 일이 미래 어느 지점에 연결될 수 있기에 다시 “새로고침” 할 수 있습니다. 3. 바람은 미래를 향해 분다. 우연히 보게 된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OST의 노래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 문구를 보자마자 뭔가 마음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바람은 어떤 흐름이고 움직임인데 고정된 길이 있거나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항상 유연하며 어디든 통과하고 자유롭습니다. 그 거대한 흐름이 때로는 풍파와 같은 시련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지만 도달해야 할 이상향을 향해 분다는 느낌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 이제 새로운 1년이 시작됐습니다. 올 해도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바람은 미래를 향해 부니까요, 한번 열심히 살며 기록해 보겠습니다! (늦었지만 1월 안에 글을 올려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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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1일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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