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쓸 생각을 버려라. 쪽글과 막글을 써라.

작품을 써야하는 문화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냈다. 대학원에서 글쓰기 훈련이란 다른 분야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학술적 글쓰기는 군대와도 같다. 언어를 다루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있으며, 합의된 언어 및 의미체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아니 리딩을 게으르게 한 것 같은데? 저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만? 그 단어는 그런 뜻이 아닐세.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구만. 그 얘기는 웬트가 20년 전에 이미 한 주장일세. 논문 찾아보게나. 글쓰기 재능이 없는 것 같구만. 아직도 연구를 이어나가시는 일부 교수님이 탈모를 겪고 계신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 젊을 때 혹독한 언어훈련을 거쳐야 대성한다는 것이 거의 예외없는 법칙으로 이해되는 것이 학계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장벽은 매우 높으며, ‘노력’만으로 뚫을 수는 없다고 생각되는 것. 국내 대학원에서 일부 교수님들은 국문논문을 글로 치지 않는 눈치이기도 했다. 이론은 원래 원서를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이해를 잘못했거나 번역이 틀렸거나 요약만 하고 끝난 경우가 많다는 것. 지식사회의 벽은 높고 규칙은 단단하다. 문제는, 그걸 누가 읽냐는 거다. 논문의 평균 인용횟수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된다.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고. 내 의견이지만 한국 공교육과 대학교육에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좋은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니 ‘작품’을 써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권력의 현실과 변화의 속도는 무섭고 짙다. 한국이 글로벌 지식생산체계에서 갖는 힘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몸담았던 사회과학은 미약하기 그지없고, 자체적인 학문체계나 이론을 갖추지 못하고 디지털이 왔고 이젠 인공지능이 왔다. 심심한 사과를 오독한다고 말세라고 볼 것이 아니다. 지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저장의 패러다임에서 스트리밍의 패러다임으로. 거의 완전히 디지털로 학습하는 세대가 오지 않을까. 디지털화되지 않은 레거시 종이지식은 누군가가 번역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글쓰기 역량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엘리트만 책을 보며 ‘이 정도도 몰라? 다들 책 보는 것 아니었어?’하는 동안 이제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링크드린, 그리고 (우리 플랫폼?)에서 주의권력을 가진자가 미디어 파워를 가지게될 것이다. 학위 가진자는 널렸고, 재미없고 어렵고 가르치려 하기에 글 잘 못쓰고 설명 잘 못하면 정말 아무도 안들어줄 것이다. 디지털 글쓰기로 성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린하게 글쓰기(Lean Writing)다. 읽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빠르게 써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플로우 리딩 -> 마이크로블로깅(쪽글, 막글) -> 유료구독 미드폼 콘텐츠 -> 종이책 출간 -> 강연과 유튜브 출연, 수업 판매 중간에 책모임이나 스터디, 각종 세미나와 관련 분야 현업자나 준전문가 네트워킹을 넣으면 사이클이 더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이들이 갑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며 성장할 것이다. 제임스 클리어도 집에서 블로깅하다가 세계적인 전문가가 된 사람이 아닌가. 관심과 몰입의 힘은 강하며, 성장의 흐름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린한 글쓰기다. 전에 조각조각 쪽글써왔던 주제인데 조금 더 디벨롭된 버전. 다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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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일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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