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과잉의 미친 피로함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티비에 나온 적이 있어요, 책도 하나 썼고요, 아 책모임이랑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는데 관심있는 분들 연락주시고요. 취미는 서핑, 요가, 바둑, 인공지능 개발, 그리고 디자인이에요. 얼마전에 클래스101에 실뜨기 수업을 런칭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영어로 책을 쓰고 있어요, 주제는 중세미술에 관한 내용이고요. 스와힐리어를 좀 배우다가 말았는데 관심있는 분 얘기해주세요. 유튜브에 ‘퍼스널 브랜더’라고 치시면 제 영상이 나옵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느낌이 오지 않는가. 그런데 단순한 ‘자기 자랑’이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 과잉’이라는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취미를 수집한다는 사람이 많고, 이것저것 해본 역사를 읊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많고, 솔직히 듣다보면 약간 피로한 지점이 있다. 혹시 나도 소개를 저런 식으로 했나? 소개만 들어도 갑자기 나를 친구가 아닌 고객이나 구독자로 바꿔버리는 이 마법은 무엇인가. 두 단계로 나눠볼까 한다. 첫째, 정체성을 수집하는 세대. 둘째, 프로필을 꾸며 과시하는 세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이 두 단계의 현상이 맞물려서 ‘브랜딩 과잉의 미친 피로함’이 만들어진다. 아니 다들 직업이 5개씩이고, 자기소개가 왜 이렇게 길며, 다 작가고 다 크리에이터고 다 책하나씩은 냈고 다 유튜브 채널 하나씩은 있고 다 인스타 팔로워 만명이냐는 것이다. 과잉으로 느껴지고 피로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자기 자랑’이 들어가서 들어주기 힘들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래서 당신의 브랜드가 나에게 왜 중요하냐는, So What’인 것이다. 모든 브랜딩은 결국 가치 제안이다. 꼭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상징, 감정, 경험, 들뜸, 관계,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마음에 들고 그냥 꼭 함께하고 싶고 내 손안에 가지고 싶은 브랜드가 있는 것이다. 퍼스널 브랜드도 동일하다. 전략/전술적이거나 계약적으로 함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는 어떤 진성한 가치 때문에 함께 하고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뾰족하고, 심플하고, 마음의 온도가 높게. 말하자면 ‘나(퍼스널 브랜드) 사용법’을 명확하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에 정말 진심으로 몰두하며 성실하면서 선한 사람은 잘났더라도 불쾌감이 들지는 않기에. 과잉의 시대에 오히려 퍼스널 브랜딩은 잘라내고 절제하고 뾰족하게 다듬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자랑할 때 나도 함께 자랑하고 있으면 결국 나도 불안하다는 점을 인정할 뿐일 것이다. ‘자랑할 건 없고요, 그냥 이거 하나가 좋아서 이거 관련된 모든 것을 지난 5년동안 했어요. 궁금하시면 저와 함께 하시죠!’ 얼마나 심플하고, 설득력 있는가. 정체성과 상징을 수집하는 딜레탕트가 다다를 수 없는 어떤 경지라는 것이 있고, 이건 매일 찌르기만 하는 선한 미친놈이 구축할 수 있는 퍼스널 브랜드일 것이다. 지금 뜨는거 말고 5년후에 뜰거 하나 골라서 매일 찌르기하면, 포지셔닝도 매우 잘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피로하고, 돌아와보면 너무 허무하다. 사람들은 지가 중요한 브랜드 말고 ‘나를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브랜드에 끌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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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4일 오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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