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몇 번의 하이라이트가 있는데, 꽤나 인상적인 질문을 받는 순간도 그 중에 든다. 질문자가 선생님이든, 고전과 같은 책이든, 아니면 선배나 동료, 혹은 친구이든, 뇌리에 박히는 질문을 받는 순간은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는다. 목적없는 인생에 대한 자각이나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고,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여 미리 그곳에서 내려보듯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의 대화는 말 그대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경험이다. 질문의 종류에는 몇 가지가 있다. 물론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 질책을 위한 질문 등도 있겠으나, 그런 종류의 질문은 본인 뿐만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에서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자고로 질문이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상황과 내용에 적합한 질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동기를 북돋는 마법 같은 역할을 한다. 피터 드러커는 스스로를 ‘경영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 했고, 스티브 잡스는 ‘그 일을 왜 하는가?’를 입에 달고 살았다. 올해로 138쇄를 출간한 <총,균,쇠>는 ‘백인에 비해 왜 흑인은 그렇게 화물을 잘 만들지 못하나’는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750페이지를 채운다. ‘질문’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다. 본인에게 던지는 질문은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을 개척해나갈 방향과 원동력을 동시에 부여한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올바른 질문이야 말로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단추라는 것이다. 지금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이며, 그것의 이상적인 결과는 무엇인지, 지금 잘되는 것과 잘되는 이유, 안 되는 것과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문자답 과정이 당신의 인생의 변곡점을 만드는 현명한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그 답을 찾을 때까지 머릿속을 맴돌게 되며, 애써 외면하고 덮어둘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뇌 속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두고두고 머릿속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처럼, 올바르고 뼈를 때리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은 마치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머릿속에 생각의 시동을 걸어두는 행위다. 같은 이유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실행력까지 높이게 된다. 나에게 가장 목마른 부분을 스스로 물어본 것이기에 말로만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질문-행동효과(Question Behavior Effect)라고 한다.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 브리스톨 대학의 토미 반 스틴(Tommy Van Steen)은 질문을 하면 뇌 속에서 관련 생각이 활성화되고, 질문에 답을 하면 그 답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으며, 답과 행동이 불일치하면 불안감, 불편함을 느끼기에 내뱉은 말의 수행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올바른 질문은 성장을 이끌어내는 질문이다. 그것은 본인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질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카와다 신세이는 저서 <질문력>에서 ‘상대가 본래 지니고 있는 능력을 끄집어내어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질문’이 바른 질문이라고 했다. 이는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MZ세대가 기성세대에게 갖는 아쉬움 중에 올바른 코칭과 성장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게 큰 것을 보면 올바른 질문으로 성찰과 성장을 돕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행동이다. 이들에게 문서작성법, 엑셀 잘하는 법, 파워포인트 기술 같은 하드스킬은 본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보다는 이들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어떻게 나오는가? 어떻게 하면 중언부언하지 않고 지금 처한 상황에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학 개론>의 저자 주완은 일상의 대화 중 질문력을 키우는 몇가지 팁을 얘기한다. 1️⃣먼저 메모하는 습관이다. 대화로 주고받은 내용 중 주요 키워드만 간단하게 노트한 후, 질문할 때 이를 리뷰, 재조합해서 올바른 질문을 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100분 토론’과 같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상대에게 던질 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상대의 말을 메모하고 있는 패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이렇게 메모를 통해 키워드를 수집했다면 문장화 작업으로 이어진다. 키워드를 놓고 떠오르는 질문을 실제로 적어보는 것이다. 질문을 머릿속에 개념적으로만 둘게 아니라 실제로 노트에 적어서 완결된 질문의 형태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3️⃣질문이 빛을 발하려면 상대방이 이를 곡해하거나 배척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소통의 요소 중 하나인 태도의 중요성이 언급된다. 제아무리 세련된 질문을 하더라도 질문자가 공격적이거나 평소 신뢰를 쌓지 못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은 깨달음의 순간을 갖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질문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명료한 말투로 질문을 던지는 소통의 기술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며, 질문자의 사회적 평판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되겠다. 인간이 성장하는 시점은 위기의 시기와 일치한다. 마치 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뱃사공을 만들지 못하듯이 모든 것이 평탄하고 순조로울 때 인간은 질문의 필요성을 못 느끼며 당연히 성장은 정체된다. 위기의 시기는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해결을 위한 답을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던지는 올바른 질문은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게 한다. 톨스토이의 단편 <세가지 질문>에 나오는 진리를 구하는 왕처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요즘 직장in] 질문의 미학.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이코노믹리뷰

[요즘 직장in] 질문의 미학.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3년 2월 7일 오후 3:39

 • 

저장 13조회 1,54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