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근로자 “차별을 대하는 자세가 궁금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 사연 : 영국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원어민이니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것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마음이 괴롭진 않지만, 미팅이나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업무 관련 메일을 주고받을 때의 제 태도가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저는 동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받았을 경우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공개적으로도 해당 동료에 대한 칭찬을 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히 말을 해왔는데, 주위의 다른 백인 남성 동료들을 보니 꼭 저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한테 도움을 받고선 자기가 한 것처럼 절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감사 인사는 최소한으로 하고, 또 저처럼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크게 없어도 일단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중간중간 미소를 짓지도 않고요. ​ 그냥 성격 차이라고 생각하며 넘기려 해도 일전에 서양권 나라에서 잠시 생활하며 겪은 인종차별과 아직까지도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성차별 문제들을 떠올리면 그냥 지나치는 게 옳은 건가 싶기도 합니다. ​ 혹시 은주 님께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결론을 내리셨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경험과 의견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EK 생각 나눔: 민감한 주제라서 조심스럽지만 저의 생각을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 1) 감사와 칭찬, 솔직함과 vulnerability(한국말 표현이 마땅치가 않네요)는 매우 훌륭한 태도입니다. 모두가 가져야 하는 태도라서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간혹 바보 같거나 손해를 본다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훌륭한 태도는 차곡차곡 쌓여서 나의 브랜딩과 평판에 큰 도움이 됩니다. ​ 2) ‘나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면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나만 컨트롤할 수 있거든요. 또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 때 보상심리가 동반되면 실망이 크고 선한 의도와 행동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게 좋아요. 타인이 나와 비슷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많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 3) 내가 한 일의 크레딧을 챙기는 건 내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옵션이지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내가 한 일을 다른 동료가 본인이 한 것처럼 얘기를 한다면 정정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4) 나의 행동이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지나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면 어떨까 합니다. 내가 잘못하면 부모가, 나라(한국)가, 여성(혹은 남성)이, 회사가 욕을 먹을 거라는 지나친 우려 말이죠. 내가 뭐라고. 혹시나 나를 보고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든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된다면, 그건 그 사람의 편협함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 5)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기란 어렵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위축되게 만드는 건 인지하여 경계합니다. 저도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유난히 긴장하거나 겁을 먹거나 도망가려는 반응이 발현될 때가 있는데, 과거의 데이터가 현상을 분석하는데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경계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집중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대면하려고 노력합니다. ​ 6) 인종, 성별, 종교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차별이든, 무지하거나 정신이 아파서라는 걸 알게 된 후 화가 나던 마음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저 또한 무지해서 저질렀던 많은 실수들이 있었고, 저의 무지를 일깨워 주었던 많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를 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기고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에겐 편견과 차별이 없는지 늘 인식하려고 노력합니다. ​ 7) 저는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활동보다는 연대가 필요한 곳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아시안 오픈톡에 참여하거나, 여성 포럼에 참여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등의 일을 하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들을 위해 책 인세를 기부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일환이고요. 거대 담론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

[EK 고민 상담소 10] 해외 근로자 "차별을 대하는 자세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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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8일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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