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집념과 투지의 시대를 지나왔다. 농경 사회를 거쳐 산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성공과 시스템의 안착에는 부모 세대의 ‘인내의 지분’이 녹아있다.
2.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 삶은 인내를 연료로 앞으로 나아왔지만, 언제부턴가 똑똑해진 개인들은 ‘인내의 가성비’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3. 성실과 끈기는 (언제나) 과연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데려가고 있나? 혹시 낯선 선택지로 안내하는 ‘리스크 테이크’가 두려워, 우리는 관성에 따라 ‘가짜 성실’과 ‘억지 끈기’로 제자리를 맴돌며 자신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4. 나(=김지수 기자)에게 가장 처음 포기의 신세계를 알려준 사람은 '장기하'였다. (그는 말했다) “제가 정의한 ‘포기’는 좀 더 자발적인 거예요. 삶에서도 음악에서도 불필요한 것, 못하는 걸 빼는 행위를 저는 ‘포기’라고 해요”
5. (그렇게) 장기하는 손 근육이 마비되는 병을 앓게 되면서 프로 드러머의 꿈을 포기했고, 기타도 못 칠 상태가 되자 작곡과 보컬에만 전념했다. 그 과정에서 ‘싸구려 커피’ 같은 곡이 나왔고, 가수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6. (사람들은 대체로 포기를 실패로 여기지만, 포기는 어떤 면에서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7. (특히 가수 장기하에게) 포기는 자기만의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8. (그런 의미에서 삶에서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보다 중요한 건 ‘적절한 선택을 하고 있느냐'일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오는 대가가 더 클 수 있으니까)
9. (그렇기에 우리는 포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포기한 게 아니라, 당신을 위한 선택을 내린 것일 수 있으니까. 다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를 뿐이고)
10. (아니, 어쩌면 기꺼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포기라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