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무게, 말의 깊이, 생각의 방향

01. 보통 아티클을 읽을 때면 가장 임팩트 있는 문장 서너 가지를 모아 짧은 문단을 만들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럼 그 몇 문장만 가지고도 글 사이사이에 생략된 부분을 대표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살펴보기 좋기 때문이죠. 02. 지난 주말 최인아 대표님이 쓰신 글에서 저는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발췌해 하나의 문단을 만들어보았습니다. -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생각의 집이어서 말은 우리가 그 사안을 대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즉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언어를 쓰는 것이다. - 나는 '조용한 퇴사'를 택한 구성원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다. 업무를 끝낸 일과 후나 주말만 인생이 아니고 업무 시간도 엄연한 인생이란 말이다. - 회사의 주인도 아닌데 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줄 안다. 나는 이런 답을 하고 싶다.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의 주인이 되라는 뜻이라고. 03. 관점을 옮기게 만드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큰 효과를 가지는 것은 바로 단어의 의미를 짚어주는 일입니다. 이때 단어의 뜻을 다시 한번 헤아려 설명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단어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이 되는 포인트니까요. 04. 최인아 대표님의 주장에 동의를 하고, 하지 않고는 사실 개인의 판단일 겁니다. '조용한 퇴사'라는 것이 그저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린 가벼운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가 깊이 있게 고민하고 내린 최선의 결과일 수도 있을 거고요. 05. 다만 다시 한번 생각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옵션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건 늘 행운처럼 여겨야 할지 모릅니다. '회사일보다는 내 삶이 중요하지'라는 관점으로 '조용한 퇴사'라는 단어를 바라볼 때와 '그런데 누구를 위한 조용함이고, 누구를 위한 퇴사인 걸까?'하는 물음을 던져봤을 때는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06. 저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 말이 가지는 깊이를 가늠할 줄 아는 사람, 이를 통해 생각의 방향을 적절하게 전환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은 단어에 의한 오해에 잠식당할 확률도 적고, 말 한마디에 칼날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빈도도 낮아진다고 보거든요. 07. 그러니 한 번쯤은 여러분이 무심코 쓰는 그 단어들과 마주 앉아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라는 의미도 아니고 말이 곧 성품이다는 그런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분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그 단어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삶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옮겨준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으니까요.

모두가 '해준다'고 한다 [동아광장/최인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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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2일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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