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닥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조용히 움직여왔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스타트업 투자계의 어마어마한 큰 손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가 스타트업 투자에서 슬슬 발을 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
기사 내용만으로 보면 일단 해외에서 투자한 곳들에 한하고 주력사업이나 중장기 사업방향성과 맞지 않는 곳들이 대상이다. 하지만 그 기조가 국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한창 오픈이노베이션이나 전략적 투자 대상 스타트업 선발 중이거나 준비 중인데, 선발 심사 기준과 과정, 결과를 봐도 그렇고 해당 기업들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그렇다.
현대자동차를 비롯 대기업들이나 중견기업들이 투자 회수(?)에 나선다는 의미는 이렇다. 순수한 투자대상으로서 스타트업의 미래는 중장기적으로 어둡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산업과 시장을 가장 잘아는 플레이어들인 그들이 아주 명확하고 또렷하게 말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기존 사업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업이 아니라 깊게 연계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 사업아이템만을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회로 재정의하여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Corporate Venturing은 기사와 무색하게 매우 활발할 것이라 단언한다. 재무적 투자를 집행하는 전업 VC들 입장에서는 펀드기간도 정해져있지 않은 전략적 투자를 집행한 상황에서 한창 스타트업 몸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해서 손 털려는게 말이 안되는 행동이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무서운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적자가 앞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앞서 각 스타트업이 속한 산업과 시장을 어둡게 보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고 말한 것이다) 사업하기에 어렵다는 현상황은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마찬가지인데 역설적으로 이들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신성장동력을 계속 찾아내야만 한다. 따라서 단순히 투자를 줄인다는 해석은 틀렸고,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지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가 정확하다.
당장 Corporate Venturing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우리 회사만 해도 오히려 고객사는 올해도 계속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