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회생활을 한지 만 10년,
에이전시에서 시작해 스타트업 바닥을 구르며 깨달은 것들
1. 나는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중요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나한테 왜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건 누구와 하느냐였다.
왜 하는지 납득이 안 되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버틸만 했고 왜 하는지 너무나 잘 알겠는데 함께 하는 사람들이 힘들면 도무지 버티기가 힘들었다.
2. 인간을 “믿으며” 비즈니스를 키우는 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점이 항상 들었는데, 이건 진짜 케바케였다.
인간을 도무지 믿지 않고 도구로만 쓰며 거의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인데 몇 백억 몇 천억 하는 사람도 봤고, 기본적으로 인간과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비즈니스를 하는데 크게 되는 케이스도 봤다.
3. 결국, 리더가 인간을 믿는 사람인가 인간을 안 믿는 사람인가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부류의 리더와 잘 맞는지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4. 나는 이것을 개(dog)과의 인간과 고양이(cat)과의 인간이라 보는데 개과의 인간은 소위 당근에 반응한다. 칭찬해주고 우쭈쭈해주면 충성을 다 하고 이들에게 최고의 격려는 “너를 믿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개과 인간은 심장까지 내어줄 준비를 한다.
고양이과의 인간은 반대다. 거리를 둬야하고 어느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서로, 나도 너의 영역을 존중해, 너도 내 영역을 존중해줘,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을 잘 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라고 접근해야 한다.
5. 나라는 인간은 전형적인 개과의 인간이고, 이건 첫 직장 때부터 쭉 변함이 없었다. 좀 힘들어도 내 바로 윗사람, 동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내가 하는 일, 방식, 생각을 믿어준다면 나한테는 그게 인센티브였다.
6. 이제는 내가 함께 일할 사람들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들로부터 또 새로운 연결고리가 무한히 뻗쳐 나가는 시기의 연차가 되었다.
올해 초, 기존에 내 손에 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새로운 기회들을 쥐어보려고 노력해보니 위와 같은 지점들이 정말 중요하더라-
함께 할 리더가 인간을 믿는 성향인가 안 믿는 성향인가, 그로인해 일을 할 때도 파트너로서 나를 믿고 맡길 사람인가 못 믿어서 계속 체크하고 귀찮게 굴 사람인가-
반대로 내 입장에서도 리더에게 믿고 맡겨주십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아웃풋이 뭔지 정확히 알고 기대하는 바에 맞게 맞춰줄 수 있는가-
7. 결국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아는 게 최우선.
그 다음이 비즈니스고, 일이 되게 하는 것이지-
이걸 깨닫기에 10년은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10년의 시간을 걸길 잘 한 것 같다.
8. 출산 후 내 커리어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손 놓고 일단 내 앞에 펼쳐지는 카드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보자는 심산이었는데, 너무나도 재밌는 방향으로 나를 데려간다. 신기하게 이 안에서도 연결과 또 연결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 길의 끝에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반드시 그 모습이 된다”는,
마치 무슨 종교에서 나고는 뜬구름 같은 소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해본다.
내 미래,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미래.
그걸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10년의 성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