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서 매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국제 광고제이다. 특히 마케터라면 광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 해 칸 광고제를 통해 알게된  '팔라우 서약' 캠페인은 나에게 적잖은 영감을 주었다. 잠깐 팔라우 캠페인을 소개하자면, 작은 섬인 팔라우에 현지 인구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팔라우의 자연환경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라우 정부가 주도하여 팔라우 자연 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팔라우에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입국 전에 '왜 팔라우의 자연을 보호해야하는가'를 소개하는 영상 'The Giant(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를 반드시 시청해야한다. 그리고 환경을 지키겠다는 서약이 찍힌 여권에 서명을 해야 입국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절차의 엄격성을 통해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영상을 보면 뭉클해진다.)으로 '팔라우의 아름다움'을 지켜야하는 사명감을 부여한다. 또한 여권에 서명을 함으로써 관광객이 직접 이 운동에 참여한다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어 서명이 찍힌다- 디테일한 현지화) 그리고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팔라우의 자연보호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주도한 캠페인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행 산업에서 일하는 마케터로서 이 캠페인을 보고 팔라우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많이 훼손되고 있는 '제주도'의 마케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광고의 역할이 여행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행 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때 '어떻게 사회에 선한 기여를 할 것인가'도 치열하게 고민해봐야한다.  2019년에도 2018년처럼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캠페인이 수상작으로 많이 선정되었는데,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나이키(콜린 개퍼닉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와 장애우를 위해 기존 가구의 부품 개발에 참여한 이케이의 'ThisAables' 캠페인'이 수상작들이다. 두 브랜드 모두 소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의 불편한 쟁점에 참여해 화두로 던지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브랜드가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한다는 시사점을 던졌다. 광고가 단기적인 성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철학과 메시지를 고민하고 그것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야말로 광고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득템' 인데,  다수 부분에서 수상한  버거킹의 '디투어(Detour)캠페인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고객의 참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이끌어내는 것이 제일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인데, 그 어려운 것을 버거킹이 해냈다. 심지어 경쟁사인 맥도날드를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캠페인의 내용을 대략 이렇다. 고객이 버거킹 모바일 앱을 다운받은 후, 맥도날드 매장 약 200미터 내에서 앱을 실행하면 근처 버거팅 매장에서 1센트에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천원 정도의 가격에 버거킹 햄버거를 사먹는다는 것도 파격이지만 '맥도날드에서 버거킹을 주문한다'는 행위는 '햄버거는 역시 버거킹'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재미를 느낀 소비자들이 매우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캠페인 기간 동안 버거킹 모바일 앱은 미국 기준으로 안드로이드/애플 스토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캠페인의 비즈니스 목표는 '모바일 앱 다운로드의 극대화' 였으니, 버거킹의 광고 캠페인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다소 도발적인 이 캠페인은 고객의 자발적 참여 뿐 아니라 자발적인 미디어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시간이 된다면 '2019년 칸 수상작'을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면서,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획에 대한 고민은 칸 광고제가 주목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브랜드와 광고가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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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0일 오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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