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인 줄 알았는데 선물이었습니다

퇴사 일기 676 약 2년 정도 근무한 회사를 떠나며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 회사 건물을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쏟지 않고 참았습니다) 모든 것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채용 업무 경험이 없었는데 기회를 준 것과 매일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던 리더십, 즐겁게 협업한 동료들, 편리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까지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특히 동료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평소 잘 표현하지 않고 대면 대면하게 지내서 헤어지는 순간이 와도 평소와 같은 줄 알았는데요. 막상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고, 못난 저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해 준 마음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더 노력할걸.. 더 잘해줄 걸 후회가 듭니다. 입사 후 3개월 만에 리더와 동료들에게 뜨거운 피드백 펀치를 얻어맞고 휘청거렸던 순간에는 이 회사와 채용 업무를 도전한 일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실수를 돌이키기 위해 예전에 하던 일로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당시 부인이 어려운 상황을 걱정하고 위로하면서도 어렵게 선택한 채용 업무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원 없이 해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부인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시련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 더 머물러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면 한번은 꾹 참아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사실 계속 흔들거렸습니다. ‘그때 떠났어야 했는데, 괜히 부인 말을 들었네’ 신세한탄도 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괜찮은 자리 없나 호시탐탐 노려보았습니다. 참 지금 돌아보면 저라는 인간은 참을성이 바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불편하면 바로 불평을 쏟아놓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질 내는 나약하고 추악한 인간입니다. 이런 보잘것없는 놈을 붙잡아 준 것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HR 부서 채용 담당자였습니다. HR 부서에 필요한 인재들을 한 명씩 채용할 때마다 입사해서 그들이 저에게 해준 말은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였습니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도와줘서 고맙다뇨.. 특별히 더 친절하지도, 더 노력한 것도 없는데 이런 칭찬이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저를 좋아해 주었습니다. 채용 문화를 바꾸어 보겠다고 호기롭게 까불던 애송이는 냉정한 현실의 철퇴를 맞고 나가떨어집니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거인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배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취업과 이직을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회사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회사의 채용 문화는 많이 바꾸지 못했지만, 입사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참 짧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고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하고 나니 조금 더 성숙한 기분입니다. (사실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한편에 듭니다) 그리고 막상 머문 자리를 떠나고 보니 그 자리가 참 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시작부터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던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덤벙거리며 실수투성이 사고뭉치 자만 덩어리를 겸손하게 낮추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하나하나 처음부터 가르쳐 주고 잘 해볼 수 있도록 손잡아주신 리더와 동료, 그리고 회사에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시련인 줄 알았는데 선물이었습니다. 이 문장이 제가 회사를 퇴직하면서 진심으로 느낀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생 받은 은혜 기억하며 제 자리에서 베풀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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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9일 오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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