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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들이 학교에서는 남자를 이기는데 직장에서는 왜 질까?’라는 제목의 리사 다무어(Lisa Damour)라는 여성 심리학자의 글이었다.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뉴욕타임스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들이 학교에서는 남자를 이기는데 직장에서는 왜 질까?’라는 제목의 리사 다무어(Lisa Damour)라는 여성 심리학자의 글이었다.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칼럼을 읽고 ‘완벽’이라는 게 우리 마음을 얼마나 나약하게 만드는지 새삼 알게 됐다. 하필이면, 그 희생자가 오랫동안 사회에서 큰 차별을 받아온 여성들이라는 것도 마음 아팠다. 칼럼에 따르면 학교에서 여자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규율 잡힌 생활을 한다. 그 결과, 높은 역량(competence)를 키운다. 점수도 남자아이들보다 높다. 그런데도 여자아이들은 자신감 (confidence)이 낮다. 그 이유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리사 다무어는 저널리스트 클레어 쉽맨의 글 ‘자신감 격차’를 인용했다. “자격 과잉이며 준비 과잉인데도 너무 많은 여성들이 뒤로 물러나 있다. 여성은 완벽하다고 느낄 때에만 자신감을 느낀다.” 문제의 본질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완벽주의 성향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질을 갖추고, 더 많이 준비 되어 있는데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그 업무를 맡겠다고 나서지 못한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자격도, 준비도 부족한데, 자신감 있게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래서 더 많은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덜컥 일을 맡아버린 결과, 남성들은 종종 실패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실패를 자기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패를 겪고도 더 노력해서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앞섰지만, 직장에서는 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그 칼럼은 ‘완벽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글로 읽혔다. 좀 더 잘하고 완벽해지길 소망한 나머지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 ‘나약한 자아’에 대한 얘기 같았다. 비록 그 문제가 리사 다무어의 말처럼 여성에게 더 두드러진다고 해도, 많은 남성들 역시 그 굴레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감이 낮아져 새로운 시도를 못하는 남자들 말이다. 필자 역시 그런 남자 중 한 명 같다. 고등학교 때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수학 경시대회에 나갈 것을 권했다. 나는 거절했다.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그들이 경시대회에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경험 삼아 나가보라고 했지만, 나는 두려웠다. 내 기대보다 낮은 점수에 내 자아가 다칠까 겁이 났던 거였다. 오래 전 미국에서 연수를 받을 때도 기억이 났다. 외국인 연수자들과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팀원 별로 과제를 나눠서 해야 할 때가 있어. 그런데 외국 학생들은 이 일은 내가 할께”하고 손을 쉽게 들더라. 그런데 막상 해온 것을 보면, ‘겨우 이 정도로 할 거면서 그렇게 자신감 있게 손을 들었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어.“ 그때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손을 그냥 들어. 이거 하겠다고 말이야.“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게“라는 대답을 못했다. 그렇게 하기에는 내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 외국인들과 내가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면, 아마도 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것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나 기회가 있을 때, 그들은 적극 자원할 것이다. 서로 하겠다고 손을 들 것이다. 그 일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울 것이다. 실패도 겪겠지만, 실패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 샐러리맨의 최대 장점이 월급 받으면서 회사 돈으로 실패하는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는가? 학교에서 우등생일수록 ‘나약한 완벽’이라는 함정에 더 쉽게 빠져든다. 우등생들은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점수가 직장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받는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듯이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회사 일에 실패와 좌절은 필연이다. 때때로 상사의 질책도 받는다. 그러나 우등생 출신들은 그런 상황이 힘들다. 학교에서 쭉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실패에 대응하는 법을 모른다. 자아에 상처를 입는다. 실패가 재발할까 겁난다.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처리하지만 새롭거나 큰 프로젝트에는 나서지 않으려 한다. 자신은 아무래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거 같다. 만약 그 일을 맡으면 자아에 또 상처를 입을 것만 같다. 쉽맨의 칼럼 ‘자신감 격차’에는 두 명의 20대 젊은이가 등장하는데, 무척 인상적인다. 두 사람 중 레베카는 전형적인 우등생 스타일이다. 입사 수년째지만, 미리 약속을 잡고 상사의 사무실에 들른다. 그때마다 토론거리를 목록으로 만들어 철저히 준비한다. 자기 생각을 불쑥 말하는 법도 없다.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노트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레베카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견디지 못한다. 한참 동안 마음을 추스른 뒤에야 상사와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반면 로버트는 입사 2-3개월 밖에 안됐다. 그런데도 새로운 캠페인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고 언제든 상사의 방에 들락거린다. 설익은 아이디어라는 핀잔도 듣지만 반응은 쿨하다. 자기가 틀려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상사의 비판도 잘 흡수한다. 며칠 후에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들고 상사의 사무실에 얼굴을 들이민다. 두 사람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누가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요즘처럼 모든 게 수시로 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 설익은 아이디어라도 시도하고 고치면서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내가 틀릴 수 있고, 틀리면 배우면 된다’라는 로버트 식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건 겸손과 강한 의지의 결합이다. 겸손과 자신감은 반대말이 아니다. 겸손하면서 의지가 강한 사람이야말로 진짜 자신감을 갖춘 사람이다. 그들은 더 정확히 현실을 인식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더 노력한다. 실패를 겪어도 다시 일어선다. 오늘도 나약한 자아를 붙들어 세우고,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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