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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책 는 숲을 탐험하던 학자가 쓴 조직 경영기다. 교수 시절 온갖 보직을 피해 다니며 ‘얌체‘처럼 살던 그가 500명이 모인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얼떨결에 성공하기까지 즐거운 고생담

최재천 교수의 책 는 숲을 탐험하던 학자가 쓴 조직 경영기다. 교수 시절 온갖 보직을 피해 다니며 ‘얌체‘처럼 살던 그가 500명이 모인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얼떨결에 성공하기까지 즐거운 고생담이 가득하다. 국립생태원은 2014년 개장 첫해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임기 3년 내내 목표 관람객 수는 300%를 초과했다. 죽어가던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 최재천은 그 모든 것이 ‘군림(君臨)의 경영(經營)‘이 아닌 ‘군림(群臨)의 공영(共營)’의 결과였다고 한다. 혼자 다스리는 대신 함께 일하면 망하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그가 생태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키 작은 꼬마에게 상장을 주기 위해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그 사진이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사진과 함께 읽은 어떤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일명 상호허겁)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내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관찰해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 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 1️⃣초대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조직을 통솔하고 지휘했다기보다 작은 전통을 몇 개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저는 기질적으로 카리스마 없는 리더였어요. 어느 조직에서나 작은 전통 몇 개 만드는 거 정도가 제 일이었어요. 젊은 시절 군 창고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도 그랬어요. 서울대생에 은테 안경 낀 샌님이었으니 얼마나 괴롭힘을 많이 당했겠어요. 마침내 제가 최고참이 되었을 때 어마무시한 명령을 내렸죠. 2️⃣어떤 명령이었죠? 🅰️모두가 서로 존대하고, 자기 일은 절대 남 시키지 말아라. 3️⃣정말 어마무시한 명령이네요. 그런데 그런 개혁 리더가 떠나면 조직은 더 큰 몸살을 앓습니다. 🅰️그렇더군요. 그래도 ‘군림(群臨)과 공영(共營)‘이라는 전통을 경험한 조직원은 그 전과는 확실히 마음 자세가 달라요. 4️⃣‘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사공이 많아야 배가 제대로 간다’ ‘경영이 아니라 공영이다’ 참신한 조어를 많이 만들었어요. 🅰️제가 조어를 참 좋아해요. 저는 리더로서 누구에게나 강압을 한 적이 없어요. 깍듯이 존대했죠. 가까이 있되 거리를 지키려고 했어요. 당장 업적이 안 나와도 개인의 행복을 더 우선시했습니다. 5️⃣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하는 연구는 까치, 긴팔원숭이 관찰이라 게네가 뭘 안 보여주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논문을 많이 쓸 수가 없죠. 그래도 외국 학계에서는 많이 썼다고 인정을 해줘요. 어느 날 후배 교수가 그러더군요. “학생들한테 좀 엄하게 해주세요. 논문 쓰라고 닦달 좀 해주세요.” 제가 그랬죠. “못합니다.” 다그쳐서 실적이 나오면 연구실엔 좋을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겐 좋지 않아요. 교수는 학생이 연구자로서 홀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재미난 건 제 연구실 출신 90%가 ‘연구실이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해요. 근처만 오면 들러서 한참을 웃고 떠들다 가죠. 6️⃣사람 조직은 동물 사회와 달라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이 유지되려면 좋은 인사가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요. 🅰️과학적 인사의 출발점이 뭔지 아세요? 관찰입니다. 다행히 저는 평생 관찰을 하고 살았어요. 국립생태원에 있을 때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했어요. 전부는 못 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직원들 중심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했어요. 가령 행정만 했던 어떤 직원의 관찰 일지를 보니 꽃을 가꾸고 잡초를 뽑는 행동이 유독 많았어요. 그분을 과감하게 식물관리 연구실장을 발령냈더니 입이 귀에 걸렸어요. 은퇴하면 이런 일을 하려고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죠. 까맣게 그을려서 신나게 바깥일을 하니 그 즐거움이 조직 전체에 전염이 돼요. 7️⃣몇 년 전부터 인간을 입자로 보던 뉴턴 경제학이 다윈 경제학을 받아들이면서 행동경제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제일 엉성한 학문이 경제학이에요. 경제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문데, 그 이유가 경제 주체인 인간을 너무 몰라서거든요. 늦게나마 행동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죠. 경제는 인풋과 아웃풋을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데, 진화야말로 모든 결정이 손익계산이거든요. 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접근이 같은 거죠. 그런데 자연이 비정한 적자생존으로만 유지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거예요. 공감과 이타성이라는 자연의 룰이 있었던 거죠. 8️⃣실제로 요즘 많은 조직이 정글이나 적자생존보다 생태계나 공생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요. 🅰️저는 마키아벨리와 손자의 책을 읽은 분들께 프란스 드 발의 를 반드시 권해요. 그 양반이 침팬지를 연구해서 일약 스타가 됐어요. 최고 권위를 가지려면 다른 수컷과 손 잡아야 한다는 동맹과 협업의 논리가 자연에서부터 나와요. 혼자서는 천하를 평정 못 합니다. 9️⃣모두가 귀담아들었으면 하는 자연의 지혜를 전해주시지요. 🅰️공감은 호모사피엔스만의 특성이 아니에요. 진화를 위해 보존되어온 동물의 본능이죠. 공감력은 새로 기르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걸 무뎌지지 않게 해야 해요. 아이들, 청년들의 공감력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어요. 어른들이 “양보하지 마라, 쟤보다 1점 더 받아야 한다“ 경쟁을 앞세워 젊은이들의 공감력을 무시하니 분노감에 ‘헬조선’이란 말이 터지는 거죠. 지금이라도 경쟁이 가져온 뒤틀린 마음과 불행감을 걷어주려면 어른들이 과감하게 말해야 해요. “조직 위해 목숨 바치지 말아라.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다. 집에 가라! 여행 다녀라!” 개인이 행복하면 조직이 잘 굴러갑니다.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조직이 자연과 닮았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요. 자연은 남을 해쳐야 잘 사는 것이 아닌 상태로 진화했어요. 생물은 서로를 도와서 한계를 뛰어넘어요. 인간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협’의 지혜가 필요해요. 경쟁하면서 협동할 수 있어요. 손을 잡아야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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