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44 ] ⟪ 기분의 디자인 ⟫
📌 이럴 때 추천해요 : "70대 현역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일과 삶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01 . 몇 해 전 "혹시 이 사람 알아?"라는 친구의 말에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인물이 있습니다. 당시 친구의 소개를 따르자면 '아주 흥미로운 인물인데 70세 가까운 나이에 일본 트위터 씬에서 가장 핫하게 회자되는 사람'이라고 했죠. 그래서 일본어를 잘 모르는 본인도 이 사람을 팔로우하고 있고, 업로드되는 게시물은 자동 번역을 걸어놓고 늘 감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02 . "한국으로 치면 밀라논나 할머니쯤 되시는 분인가?"라는 제 말에 "아니 근데 또 좀 결이 달라. 이 분은 단정한 느낌인데 자기만의 유머가 녹아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나이와 경험만큼의 통찰력도 있고 말야." 그런 평가를 듣고 난 다음 사실 한동안 까먹고 있었지만 올해 초에 우연히 서점을 거닐다가 '아키타 미치오'라는 이름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사람 이름을 어디서 들었더라?'라는 생각을 할 때쯤 책 표지에 담긴 저자 소개를 읽으며 무릎을 탁 쳤죠. '아, 이 분이 드디어 책을 내셨구나!'라고 말입니다. 03 . 그리고는 냉큼 책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온 다음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좀 특이한 버릇이 있는데 이렇게 저자 자신이 매일 단편적으로 올리는 글이나 콘텐츠를 책으로 엮어 내면 그 글들을 단숨에 읽는 것보다 조금조금 아껴가며 읽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250페이지도 안되는 비교적 가벼운 책이지만 다른 책과 교차해서 읽으며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제 곁에 두고 있었죠. 04 . 서론이 길었지만 이 책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평생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한 거장이 본인 삶에 주어진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자신만의 소견을 내놓는 책입니다. 이런 책들이 워낙 많다 보니 무엇이 특별할까란 궁금증이 생기실 테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많은 비유들이 '디자인' 속에 맞춰져있다는 점이 이색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즉,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오랫동안 다뤄왔던 대상 속에서 발견한 이치와 감정, 그리고 깨달음들을 타인의 질문 속에 대입해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 것이죠. 05 .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디자이너의 생각을 통해서 질문과 해답을 연결해 보는 재미있는 시도들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이 책의 제목이 '기분의 디자인'이지만 그건 그저 1장의 파트 제목에서 차용한 것일 뿐 이어지는 파트들에서는 인간관계의 디자인, 일의 디자인, 감성의 디자인들에 대한 내용도 펼쳐지기 때문에 일과 사람, 삶과 세계를 대하는 장인이자 거장의 생각들을 짧게나마 훔쳐볼 수 있습니다. 06 . 자기 직업 세계에 몰입해서 풀어내는 책도 좋고, 때로는 직업과 무관한 저만치의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환영이지만 저는 자신이 하는 일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거나 전혀 다른 대상들을 이어주는 시도들이 참 좋더라고요. 그러니 저와 같은 지점에서 묘한 짜릿함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이 ⟪기분의 디자인⟫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