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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서울재활병원 원장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병원 조직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맨 꼭대기가 병원장이 아니라 팀원이었다. 일반적인 조직도는 맨 위가

필자가 서울재활병원 원장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병원 조직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맨 꼭대기가 병원장이 아니라 팀원이었다. 일반적인 조직도는 맨 위가 최고 의사결정자이지만, 이 병원은 맨 아래가 병원장이었다. “거꾸로네요?”라고 물었다. “3년 전 쯤인가요, 어느 날 부원장이 '조직도를 뒤집어 보면 어떨까요?' 제안했어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죠. 뒤집어보니까 한 그루의 나무가 연상됐어요. 리더의 역할은 뿌리입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진액을 끌어모아 줄기와 가지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이잖아요.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는 뿌리가 아니라 가지에서 맺히죠.” 이지선 원장은 “직접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의료진과 실무 담당자들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결국엔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면서, “이 정신이 서울재활병원의 고유한 DNA"라고 덧붙였다. “최근 승진심사 때 부장으로 올라가는 직원에게 소감을 물었어요. 그 분은 ‘한 단계 또 내려가게 됐네요. 지금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 어떻게 팀원들을 잘 받쳐줄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라고 했어요. 우리 병원의 정신을 정확히 이해한 거죠.”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열매들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데 원장과의 인터뷰를 조율해준 홍보담당 직원이 병원 앞에 맛있는 카페가 있다면서 커피 한 잔을 제안했다. “저도 4년 전에 처음 이 병원으로 이직했을 때 정말 이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인지 아님 복지관인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병원이 소속된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의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현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체육시설, 장애인들이 외딴 곳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지은 주택, 6.25전쟁 때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천막을 치고 시작한 고아원이 지금은 보육원으로 변하게 된 사연들을 들려줬다. 쌀쌀한 날씨에 외투 한자락 걸치지 않고 밖으로 나온 것이 안쓰러워서 “춥지 않냐?”고 말을 건넸지만, 그는 “내복을 두텁게 입고 나와 괜찮다”면서 계속 그의 임무에 충실함을 보여줬다. 자신이 소속된 직장의 역사와 활동사를 술술 풀어내던 그의 열의 덕분에 이곳은 참 신뢰할 만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어느 조직의 성공과 미래를 가늠할 때 필자는 그 판단 지표로 직원들의 근속연수와 애사심을 본다. 서울재활병원은 초창기 멤버들로 20년 넘게 근속한 직원이 많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뿌리의 리더십은 이렇게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리더가 되는 것은 모든 면에서 부모가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돌보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여,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그들이 우리의 깃발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사이먼 사이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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