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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

이번 주 화요일 늦은 밤, 다급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급하게 엑셀 기능을 알려주는 강의 영상 촬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엑셀 파워 쿼리 기능 설명과 웹 크롤링 방법을 실습하는 강의였습니다. 솔직히 엑셀로 파워 쿼리 기능을 많이 다뤄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뜻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 오후까지 처리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과 엑셀 파워 쿼리 기능을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의 영상 촬영 제안을 덜컥 진행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모르는 내용은 공부하며 만들면 되고, 시간이 촉박한 것은 잠을 줄여 밤을 새우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탐이 났지만, 그보다 새로운 기회를 거절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그냥 떠나가 버리는 것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무리가 되더라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인지, 도전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막상 일이 진행되는 동안 고통받았던 경험이 한둘이 아닙니다. '내가 왜 한다고 했지?!' 후회와 반성이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이번 엑셀 영상 강의 촬영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욕심에 한다고 해놓고, 정작 강의 촬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습니다. 시간은 점점 흘렀고 마음만 초조해져 갔습니다. 기껏 떠올린 해결 방안은 아는 지인에게 해당 내용을 해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일이었습니다. 돈을 포기하더라도 일단 요구 사항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기응변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두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의 특징은 급한 불이 꺼지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평상심을 찾고 유유자적 다음 물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립니다. 그럼 아마 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겠죠? 엑셀 강의 영상 촬영을 마무리하고 제출해야 하는 마감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와 억지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지인은 자정이 다 된 시간까지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씨름했습니다. 우선 지인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일감을 의뢰한 분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해당 내용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강의 영상 촬영이 어렵다며 줄행랑을 치려고 했습니다. 일감을 제안한 분은 심각하게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제발 마음을 돌려 약속대로 일을 진행해 주면 좋겠다고 애원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혼자 이 일을 마무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도 거절 수위를 높여 강하게 뿌리쳤습니다. 그러나 마감일이 다 된 상황에서 대체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여, 일감을 제안한 분은 저에게 조곤조곤 침착하게 다시 진행해 보자고 설득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의뢰한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 외에는 단 한 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의 영상 촬영을 마무리해 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책상 앞에 앉아 꺼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어서 끝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시계는 빠르게 흘러 새벽 두 시를 지나 세 시의 끝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완성도와 관계없이 영상 촬영을 거의 다 해냈습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는데, 아무리 봐도 제가 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프로젝트 담당자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논하다가 그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알람 소리를 듣고 깨어난 시간은 4시 50분, 정확히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 수영 가방을 챙겼습니다. 운동과 샤워로 리프레시하고 나면 엑셀 강의 영상 마지막 부분 해결 방안이 떠오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기적처럼 할 수 없는 부분을 우회할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불 나듯이 집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강의 영상 촬영을 마무리했습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비몽사몽 정신없이 딸과 함께 출근길을 떠났습니다. 출근길 버스에서, 일터 앉은 자리에서 눈만 감으면 잠이 쏟아졌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에는 책상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잠을 잤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한 시간 정도 졸았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렸습니다. 몸은 몹시 힘들었지만, 마음 한편에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과제를 포기할 뻔했지만, 끝내고 나니 개운한 감정까지 밀려왔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처럼 미션 완수의 뿌듯함을 만끽했습니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치려고 했으면서, 뻔뻔하게 원래 다 하려고 생각했던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앞으로 또 이와 같이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는 요청을 받게 된다면, 저라는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어떻게든 되겠지, 요행을 바라며 또 덜컥 요청을 수락하게 될까요? 아니면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깨달음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계산과 냉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까요? 부디 여러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임기응변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계획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길 저 자신에게 요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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