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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법, 뜨겁거나 차거나 미지근함

이분법적 사고를 싫어합니다. 대신 삼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비교적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흑과 백 사이 회색 영역을 인정하는 것이죠. 모든 것이 뜨겁거나 차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미지근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분법이든 삼분법이든, 사람들은 그 중간 영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모습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회색이나 미지근한 영역을 인정하시나요? 인정한다면,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부정적으로 보시나요? 저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그러려니 받아들입니다. 흰색에 검은 점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찬물에 더운 물을 섞어 마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정의가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이 생긴 대로 살고 싶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게 검든 희든, 차든 뜨겁든 상관없습니다. 세상에는 열정을 갖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뜨거운 피를 온몸에 가득 담고 있어서인지 자꾸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 낯선 환경을 즐기듯 살아갑니다. 물론 도전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거나 아름다운 삶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사서 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이 고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선택을 반복합니다. 반면 조용히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입니다. 이들에게 도전과 변화는 사전에 없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처우와 환경이 좋지 않아도 한눈팔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습니다. 곁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안타깝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 만족합니다. 삼분법에 따르면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도 있습니다. 갈팡질팡 도전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머물고, 어렵게 선택한 도전 앞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기가 맞나, 더 좋은 곳은 없을까’ 고민합니다. 이들에게 진짜 목표는 도전도, 안정도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 다른 사람의 조언, 그냥 좋아 보여서, 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돕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 직접 돕는 사람, 물질로 간접적으로 돕는 사람, 그리고 방관자. 이렇게 세 종류의 캐릭터가 존재하죠.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할 의무는 없기에 방관자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버스에 탄 할머니, 어린아이를 못 본 체 자리에 앉아 있는 방관자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착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구두쇠 짠돌이라서 물질로 다른 사람을 돕진 못하더라도, 작은 행동으로라도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정도의 일은 기꺼이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일을 선택할 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인데 다른 누구를 신경 쓴단 말인가?’ 맞는 말입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게 더 좋은 일 아닐까요? 꼭 검거나 희거나, 차갑거나 뜨거울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되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는 회색이고 미지근한 존재임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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