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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나 단추를 누른다》

지난 연말에 우리 집 애가 제 친구들에게 연하장을 보내기 위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해 주는 동영상 카드들을 고르고 있었다. 숫자가 많지도 않은데 실제 카드에 직접 글을 써서 보내라는 내 권유에 “그런 복잡한 일을 어떻게 해요"라고 대꾸했다. ⠀ 애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제 엄마에게 운동화 끈을 매달라고 발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정도의 일은 이제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더니, “그 복잡한 일을 제가 어떻게 해요"가 바로 그 대답이었다. ⠀ 신발끈을 매는 일이 그렇게도 복잡한 일인가. 그래서 내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치는데, 따라 하는 아이의 손놀림이 둔하기 그지없었다. 애가 표 나게 게을렀던 것도 아니고 자립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손놀림을 훈련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 장난감을 비롯해서 모든 생활 도구가 단발성의 스냅 동작만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블록 같은 장난감도 꼭꼭 눌러서 맞추었고 음식도 포크로 콕콕 찍어서 먹었고 피아노도 콕콕 눌러 쳤고 숙제를 할 때도 컴퓨터를 일찍 배워 자판을 콕콕 눌러 글자를 조립했다. 이런 단발 동작에 비해 모든 손가락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연속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운동화 끈 매기는 사실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인가. ⠀ 우리는 어디서나 단추를 누른다. 옷을 입을 때도 옷고름을 매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도 위층에 올라가기 위해서도 우리는 단추를 누른다. 우리의 육체가 물질과 교섭할 때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각들은 이제 누름단추의 탄력으로 통일된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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