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로켓배송을 만들며 깨달은 단 한 가지 >
1. 유난히 논리를 따지는 팀원이 있었다. 그는 모든 기획에 ‘데이터’와 ‘근거’를 요구했다.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레퍼런스가 있나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숨이 막혔다.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이 언제나 논리로만 태어난 건 아니니까. 2. 1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2014년, 쿠팡에 로켓배송이 없던 시절. 나는 그 비즈니스를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PO였다. “당일 배송이 어떻게 가능해요?” “누가 그런 서비스에 돈을 써요?” “물류비는 어떻게 감당하죠?” 대부분은 ‘논리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 논리의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3.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하나의 상상이 따라붙는다. 지금의 세상을 그대로 들고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했을까. 아마 대부분은 비웃었을 것이다. “말도 안 된다.” “그런 세상이 올 리가 없다.” 4. 예를 들어보자.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물건이 온다. 앱을 누르면 3분 만에 택시가 온다. AI 없이는 업무가 안 돌아간다. 로봇 택시가 스스로 달린다. AI 두뇌를 단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사람처럼 판단한다. 10년 전 우리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거다. “불가능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 나 역시 초기 로켓배송을 만들 때 매일 들었던 말들이다. 5.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불과 10년 만에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어떤 기술에도 “설마?”라는 감탄조차 나오지 않는다. 대신 “생각보다 빨리 왔네”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우리는 이미 상식이 밀리는 속도를 경험했다. 6. 혁신은 논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들리고, 조금 지나면 실험이 되며, 어느 순간엔 너무 당연해져서 그 시작조차 잊힌다. 그 사이—논리가 잠시 멈추고 상상이 먼저 나아가는 바로 그 틈에 혁신이 태어난다. 7. 고작 10년 만에 이 정도다. AI는 앞으로 이 변화를 더 빠르고, 더 무섭게 밀어붙일 것이다. 논리와 계산의 영역에서 인간은 이미 AI에게 패배했다. 8.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답은 AI가 못하는 일, 즉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그 비논리성에서 미래를 열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난다. 9. 그래서 그 주니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논리'는 이미 존재하는 길을 설명하고, '상상'은 아직 없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데이터는 ‘어제’를 증명할 뿐, ‘내일’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10. 10년 후의 세상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가 있을 것이다. 설명 가능한 일만 선택해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혁신은 언제나 논리를 한 발 앞선 상상에서 시작되니까. 그리고 그 상상은 언제나, 지금은 말이 되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