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달리기
아들과 달리기를 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혼자 달리기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들이 함께 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고즈넉히 여유를 즐기며 달리고 싶었지만, 운동을 하고 싶다는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을 잘하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 제 개인의 여유를 누리는 것보다 중요했습니다. 겨울 러닝은 복장이 애매합니다. 추워서 따뜻하게 옷을 입으면 달리다 보면 덥고, 그렇다고 너무 얇게 입으면 달리기 전후로 추위가 두렵습니다. 그래도 달리다 더운 것보다 추운 편을 택했습니다. 아들이 얼마나 함께 속도를 내어 달려줄지 모르겠지만, 일단 달린다는 전제로 얇은 옷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들은 생각보다 잘 달렸습니다. 참고로 아들은 운동 신경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그래서인지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아주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서 가끔 함께 운동할 기회가 생깁니다. 아들이 이제 조금 컸다는 것을 실감하며 생각보다 잘 달리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꼈습니다. 장성한 아들을 보고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도 똑같이 느끼셨을 겁니다. 언제 이렇게 커서 장가도 가고 손주도 낳고 머리에 희끗희끗 새치가 났나 싶으셨을 것입니다. 잠수대교를 건너 반포를 지나 한남대교를 건너는 약 5km 코스를 뛰었습니다. 뛰기도 하고 힘들면 가끔 걷기도 했습니다. 잠깐 걸을 땐 아들이 궁금한 것을 하나씩 물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안정되어 있는데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인지, 한강을 뛰고 있어서 생각이 났는지 한강 작가의 이름은 본명인지, 걸으면 돈을 주는 캐시워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돈을 줄 수 있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아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준 답변도 있었고, 저도 잘 몰라서 함께 알아보자고 얼렁뚱땅 넘어간 내용도 있습니다. 운동을 어떤 강도로 해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몇 분 이상 운동을 지속해야 하고, 숨이 얼마나 차야 좋은지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그런 정보에 의하면 오늘 아들과 한 운동은 별로 건강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이론일 뿐 저는 굉장히 유익한 운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지 알게 되었고, 함께 달리며 아들의 체력 수준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상쾌한 밤공기를 마시며 달린 덕분에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아들과 추억을 하나 더 만든 사실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오늘 달리기는 매우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아들에게 속도를 맞추는 일은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 배려이고, 함께 손을 잡고 달리고 싶은 아빠의 마음입니다. 반대로 언젠가 아들이 더 커서 제가 달리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 아들이 제게 속도를 맞춰주며 지루해하지 않고, 오늘 제가 그랬던 것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아들도 저를 사랑해주면 좋겠습니다. 변함없이 이 마음이 간직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