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라는 숫자가 가르쳐준 것 >
1. 1년은 365일이다. 다르게 말하면 52주다. 2. 일주일에 한 번 저녁 약속이 있다면, 1년에 52명의 사람을 만나는 셈이다. 숫자로 바꿔보니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3. 저녁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 귀해진다. 예전엔 거절하지 못해 나가던 자리도 있었고, 특별한 이유 없이 흘려보낸 저녁도 많았다. 이제는 그런 시간이 조금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4. 그래서 저녁 약속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아무에게나 시간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기적이어서라기보다,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5. 대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하루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6. 가치 있는 시간은 반드시 나에게 이익이 되는 시간은 아니다. 당장의 성과나 기회가 없어도 괜찮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 끝에 무언가가 남는 관계면 충분하다. 7.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그 시간의 밀도는 누구와 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52번이라는 제한된 저녁 앞에서 나는 어떤 시간을 선택하고 있는지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8.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나는 기준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제는 누구를 만날지보다, 내 시간을 어디에 둘지가 더 중요해졌다.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고르는 일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