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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철버거, 지는 법을 알았던 사업가 >

1. 대학 시절, 나는 공부와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컴퓨터 전공을 원했지만 성적순으로 과가 배정되던 학부제 시절이라 앞날은 늘 불투명했다. 운 좋게 원하던 과에 진학했지만, 실력 있던 특기생 친구가 밀려나는 걸 보며 깨달았다. 세상에는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2. 어렵게 들어간 과였지만 코딩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자정까지 책과 씨름하다 밖으로 나오면, 밤공기와 함께 견디기 힘든 허기가 몰려오곤 했다. 3. 그 시절 우리 곁엔 영철버거가 있었다. 단돈 1,000원에 무제한 음료. 가난한 학생들에게 그곳은 식당 이상의 안식처였다. 가끔 마감 시간에 들르면 “재료가 남았다”며 툭 하나를 더 얹어주시던 사장님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세월이 흘러 맛은 희미해졌지만, 그 따뜻한 태도만큼은 기억 속에 뚜렷한 '장면'으로 남았다. ​4. 최근 사장님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먹먹한 마음으로 그분의 궤적을 찾아보다가, 무리한 사업 확장 이면에 숨겨진 시리고 묵직한 이야기를 알게 됐다. ​5. 사장님은 프랜차이즈 구조상 가맹점주를 쥐어짜야 수익이 난다는 걸 알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갈등이 생기면 늘 본인이 지는 길을 택했다. 울며 인수해달라는 점주를 위해 집 담보 대출을 받아 도와주고, 망한 가게의 비품을 다시 사주기도 했다. 6. 누군가는 이를 두고 사업가로서 수완이 부족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수성가한 이들이 놓치기 쉬운 '뒤끝이 깨끗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지는 법을 연습한 사람이었다. ​7. 영철버거의 핵심은 햄버거가 아니었다. 그가 팔았던 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즉 '진심'이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늘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상품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장면일까." ​8. 숫자는 빠르게 바뀌고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자정 무렵 허기진 학생에게 건네던 버거 하나처럼 말이다. ​9. 이영철 사장님께서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은, 훗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장면으로 남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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