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everything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딸이 춥다고 차를 타고 유치원에 갈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대답했죠. 차에 오르며 이번엔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요청이 날아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스마트폰 스트리밍 서비스를 열어 딸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습니다. 첫 곡은 켄드릭 라마의 ‘Take Down’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신나게 듣고, 잠시 스트리밍 서비스 중간 광고가 흘러나오는 사이 딸의 두 번째 신청곡이 날아들었습니다. 영화 주토피아 주제곡이었죠. 아직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지 못한 저는 첫 번째 영화의 주제곡 ‘Try Everything’을 플레이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끈기 있게 나아가라는 것,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 있게 달려가라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였습니다. 결국 한 단어로 압축하면 ‘도전’이라는 이야기죠. 극중 주인공 토끼의 꿈은 경찰관입니다. 그런데 경찰 시험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살벌하게 건장한 다른 동물들뿐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 말도 안 되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토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게 도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열어가죠. 문득 생각해봅니다. 물리적으로 높은 산처럼 느껴지는 벽 앞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1번, 벽이 너무 높으니 과감히 포기한다. 2번, 일단 벽을 돌아서 피해 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 불가능하다면 포기한다. 3번, 벽이든 무엇이든 장애물을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저는 오랫동안 1번 또는 2번을 선택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랬더니 남는 건 후회뿐인 것 같습니다. 해보지 않고 비겁하게 피해온 삶이 아쉽고 원망스럽습니다. 물론 저 자신에 대한 원망이죠. ‘그냥 되든 안 되든 해볼 걸’ 하는 생각에 두고두고 후회가 남습니다. 실패가 마냥 시간 낭비는 아니었을 텐데,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용감한 선택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손해 보기 싫어서입니다.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과정에 돈과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서,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내 것 중 일부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야말로 철저히 잘못된 것입니다. 인풋 없는 아웃풋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투자하지 않고 이익을 보고 싶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확실히 돈, 시간, 에너지를 소비해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패라는 결과조차도 무언가를 소비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인과관계의 논리입니다. 도전이 어렵다면 최소한 훨씬 더 철저하게 정보 탐색이라도 해야 합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파트너이자 스승인 찰리 멍거는 이론에 대해 광범위하게 학습하여 실행하지 않고도 터득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도전하기 싫다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광범위한 학습과 과감한 도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둘 모두를 실행하겠습니다. 이론에 대한 학습도 철저히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준비된 실행을 하는 것입니다. 제 사전에 후퇴라는 옵션은 이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죠. 해보지 않고 피하는 행동으로는 배울 수 있는 것도,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