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테스트를 뒤늦게 준비한 개발자의 후회
실무 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시는 개발자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코딩 테스트를 피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요. 고용 시장이 좋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요즘처럼 지원자에게 어려운 시장에서는 이 부분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커리어 초반에는 코딩 테스트를 정말 싫어했고, 동시에 많이 두려워했습니다. 국내에서 코딩 테스트를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도입했던 당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회사에 지원했다가 코딩 테스트에서 연달아 떨어졌습니다. 운이 좋게 비교적 가벼운 코딩 테스트를 보던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제가 원했던 경험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코딩 테스트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또다시 코딩 테스트를 보지 않는 회사만 골라 지원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스스로 커리어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따라다녔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시기가 제 커리어에서 가장 답답했던 구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해외 취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외에서는 코딩 테스트가 선택지가 아니라 거의 기본 조건에 가까웠고, 빅테크는 물론 중견 규모의 회사들에서도 대부분 코딩 테스트를 요구하더라고요. 무작정 많은 곳에 지원하다 보면 운 좋게 한두 번쯤은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고 계속 코딩 테스트에 가로 막혔습니다. 그때 비로소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고 본격적으로 리트코드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면접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서서히 늘기 시작했고, 조금씩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딩 테스트라는 관문만 넘기고 나니 이후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머지 과정은 제 실무 경험과 사고 과정을 설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세 번의 도전 끝에 아마존에 합격하여 꿈꾸던 해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성취감도 느꼈지만, 그만큼 후회도 함께 몰려왔습니다. 코딩 테스트가 뭐라고 왜 이걸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그동안 스스로 커리어의 선택지를 줄여왔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원하는 방향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훨씬 빨리 목표에 달성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외 직군에서 이 정도의 커리어 점프를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보면, 사실 코딩 테스트는 정말 가성비가 좋은 투자입니다. 한 번 제대로 공부해 두면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도 않고 어느 나라에서 지원하든 커리어 전반에 걸쳐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코딩 테스트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직을 고민할 때 더 이상 코딩 테스트 때문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는데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안정감 덕분에 훨씬 여유 있게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차이는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잘 체감되지 않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생각보다 꽤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코딩 테스트에서 평가하는 능력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과 큰 관련이 없다는 주장에는 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 역시 한때는 코딩 테스트 무용론을 꽤 순진하게 믿던 사람이었는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논리라면 코딩 테스트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요? AI 모델을 만드는 OpenAI나 Anthropic조차도 개발자를 뽑을 때 코딩 테스트를 보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선망하는 글로벌 빅테크나 국내 네카라쿠베 같은 회사들에는 항상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이 몰립니다. 면접 단계로 갈수록 인사 담당자뿐 아니라 현업 엔지니어와 매니저의 시간까지 함께 투입되다 보니, 가능한 한 초반에 지원자들을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적이죠. 그런 점에서 코딩 테스트는 요즘처럼 하나의 포지션에 수십,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채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가장 검증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때는 코딩 테스트를 프로젝트 과제로 대체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점점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원자 한 명 한 명의 작업물을 직접 검토하는 데 언젠가 한계가 오죠. 게다가 이러한 과제 전형조차 이제는 AI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어서 출제와 평가 모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채용 패러다임도 서서히 변하게 될 것이고, 전통적인 코딩 테스트의 비중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업계에서 수년에 걸쳐 고착화된 채용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은 채용 담당자와 면접관에 대한 재교육까지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변화입니다. 무엇보다 AI 시대에는 채용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해야는지 명확한 답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쩌면 개발자들에게 지금이 코딩 테스트를 통해 커리어 점프를 할 수 있는 얼마남지 않은 절호의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코딩 테스트가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무엇으로 대체가 되든 과연 그 것이 코딩 테스트보다 더 쉬울까요? 어쩌면 코딩 테스트 보던 시절을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개발자로서 코딩 테스트 때문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코딩 테스트 때문에 오랫동안 커리어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이 후배 개발자 분들께 코딩 테스트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