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은 피자처럼 나눌 수 없다 >
1. 피자를 여섯 조각으로 잘라 나눠 가진다. 먹지 않은 조각들을 다시 모으면 원래의 동그란 피자가 된다. 전체를 n조각으로 나눴다가 다시 합치면 전체가 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2. 하지만 일은 피자와 다르다. 일을 n조각으로 나눈다. 팀과 개인이 나눠 가진다. 다시 합쳐본다. 그런데 원래의 전체가 되지 않는다. 일과 일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눌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틈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보통 그레이 영역이라 부른다. 누군가는 이 빈틈을 메워야 한다. 그래야 일이 끝난다. 3. 그레이 영역이 생기면, 보통 다섯 가지 일이 벌어진다. 4. 첫 번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누구도 그 영역을 채우지 않는다. 양쪽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책임자가 없거나, 오너십이 모호해서 알면서도 방치된다. 때로는 그레이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른다. 5. 두 번째는 상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경우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가 알아서 채워주길 기대한다. 혹은 요구한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긴장과 갈등만 남는다. 6. 세 번째는 내가 움직이는 경우다. 그레이 영역에 닿아 있는 한쪽이 먼저 다가간다. 빈틈은 사라지고, 일은 완결된다. 보통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쪽이 움직인다. 가만히 두었을 때의 손해가 명확할수록,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7. 네 번째는 양쪽이 조금씩 움직이는 경우다. 회색은 검은색과 하얀색의 중간이다. 애초에 그레이 영역이 생긴 이유는 어느 한쪽의 일로 딱 잘라 말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중재나 결정에 따라 양쪽이 조금씩 양보한다. 현실에서 가장 자주 벌어진다. 8. 다섯 번째는 상대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경우다. 상대가 다가왔을 때의 전체 이익과 상대의 이익을 함께 설명한다. 그래서 상대가 스스로 그레이 영역을 채우도록 만든다. 가장 성숙한 대응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물다. 9. 일을 하는 한 그레이 영역은 사라지지 않는다. 계획은 언제나 그 순간에만 유효하다. 시간이 지나면 조건은 바뀐다. 예측하지 못한 빈틈은 반드시 생긴다. 10. 우리는 보통 조각에 집중한다. 조각을 잘 맞추면 전체가 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합칠 때는, 왜 나눴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는 전체의 그림과 목적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부분의 합이 다시 전체가 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그레이 영역을 다루는 사람이 일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