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창업을 꿈꾸며 퇴사했던 동료 개발자가 다시 회사로 돌아온 이유
요즘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너도 나도 AI로 창업이나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AI 모델과 에이전트로 딸깍 코딩을 직접 경험해보면, 이제 이 강력한 무기만 있으면 뭘 만들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GPT-4를 처음 접하고 이건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 확신하며 그 길로 뒤도 안 돌아보고 아마존에서 퇴사를 선언했던 예전 동료가 떠오릅니다. 제가 여태까지 만나 본 엔지니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똑똑한 친구였기에,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의 선구안과 추진력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전, 그 친구가 다시 아마존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3년여 동안 여러 번의 창업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다시 직장인으로 복귀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들은 그의 이야기는, 막연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려던 개발자들에게 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습니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는 정말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점이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이 흔히 빠지는 착각처럼, 그 역시 "압도적으로 좋은 소프트웨어를 빨리 만들면 시장이 알아서 반응하겠지"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업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고, 투자를 유치하고, 제품을 알리고,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은 기술력과는 거의 상관없는 영역이었습니다. 더 큰 함정은, AI라는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느냐였습니다. 그는 처음에 AI를 자신만이 가진 강력한 무기라고 착각했고, 나중에 모두가 똑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기술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은 훨씬 치열했고, AI는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어려웠죠. 무엇보다 뼈아팠던 건, 문제 해결의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쓴 게 아니라, AI 자체가 너무 강력하다 보니 "이걸로는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에서 출발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거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문제에 또 하나의 솔루션을 얹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어렵게 기능을 만들어 놓으면, 거대 AI 모델 플랫폼들이 업데이트 한 번으로 그걸 통째로 흡수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하지만 그가 털어놓은 가장 깊은 후회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삶의 균형, 워라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일과 개인적인 삶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고, 24시간 일에 매몰되면서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이혼이라는 큰 아픔까지 겪어야 했고요.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는 이제야 비로소 평범한 직장 생활이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고 합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저녁, 그리고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는 환경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요. 그리고 AI를 쓸 수 있는 기회는 회사 안에서도 충분히 많다는 것도요. 혹시 기술의 화려함에 취해, 사업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보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혁신적인 기술이 반드시 성공한 비즈니스를 보장해 주지는 않으며, 때로는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직장 생활이야말로 삶을 가장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버팀목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도피처럼 선택한 창업이나, 현실적인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한 퇴사라면,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도전을 하고 혁신을 꿈꾸는 건 멋진 일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도 한 번쯤은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AI는 기술일 뿐이고, 그걸로 어떤 삶을 살지는 결국 우리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