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4인치 드릴을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1/4인치 구멍을 원한다.
"People don't want to buy a quarter-inch drill. They want a quarter-inch hole." -Theodore Levitt 최근 소프트웨어 모달 화면을 기획하던 중 “입력 필드를 하나 더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언뜻 보면 간단한 요청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이유를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유저는 화면 곳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조회한 뒤 특정 값을 계산해 입력해야 했습니다. 요청대로 필드를 하나 더 추가했다면 유저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위아래로 스크롤을 반복해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필드를 추가하는 대신 레이아웃을 바꾸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덕분에 유저는 데이터를 한눈에 보면서 필드 추가 없이 기존 필드에서 입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입력창’이라는 드릴이 아니라 ‘데이터 확인과 입력’이라는 매끄러운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문득 예전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액자를 걸려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과 한참을 씨름했던 적이 있습니다. 더 힘 센 드릴을 사고 전용 비트를 갈아 끼우고 위치를 잡지 못해 벽에 열 개가 넘는 구멍을 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벽지에 꽂아 쓰는 작은 ‘꼭꼬핀’ 하나면 충분했다는 것을요. 요청이 단순해 보일수록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 달라”는 말에 곧바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목적이 숨어 있습니다. 멋진 공구함을 먼저 열기보다 “왜?”라고 묻는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다시 묻습니다. 정말 그 구멍이 필요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