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함
여러분은 소중함이라는 것을 느끼는 무언가가 있나요? 소중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집에 잘 모셔 놓고 두고두고 흐뭇해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특별히 그런 것은 없는데, 거의 모든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는 편입니다. 노트북, 핸드폰 등 고가의 물건일수록 귀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행여나 흠집이 날까 노심초사하며 살살 놓고 다룹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는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은 건물이고 회사가 눈에 안 보인다고 생각한 건, 브랜드는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글쎄요.. 체면? 자기 과시? 정도가 아닐까요? 그래서 막연하게 마음속으로 항상 더 좋은 회사에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더 유명한 회사, 더 잘나가는 회사, 돈 더 많이 주는 회사, 남들에게 나 이런데 다녀 자랑할 만한 회사를 원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커리어 동안 영영 그런 이력은 없을 것 같네요. 어쩌면 이런 마음이 수시로 작동하여 자주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좋은 회사인데 마치 천국 같은 곳이 있을까 하여 이리저리 기웃기웃 엿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총 10번 정도 이직을 해본 결과 이 세상에 천국과 같은 기업은 없습니다. 국내 5000개 이상 기업이 있을 텐데 확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아마도 많은 직장인 분들이 제 의견에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설령 천국과 같은 기업이 있다고 한들, 지금 우리가 다니고 있는 곳과 무엇이 그리 다르겠습니까? 구글과 국내 소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 같나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죠. 불완전한 존재가 만든 조직이 완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잘못이죠.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부대끼며 잘 살아보자고 노력하는 것이 맞습니다. 좋은 회사 다니는 꿈이 소중한 가치로서 부적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충분히 건강한 목표이지만, 또 굳이 평생에 이루어야 할 숙원이 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다니고 있는 충분히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에 최근 이직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 어지간하면 지금 계신 곳에서 더 경력을 쌓으라고 이야기합니다. 뭔가 아쉬움이 있겠지만 아쉬움의 크기보다 호기심이나 지루함이 더 크다면, 그 정도 이유로 굳이 이직을 도전하는 것이 좋을 수 없겠다는 경험적 판단입니다. 서두에서 소중함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분명히 지금 가진 것을 얻기 전엔 간절한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갖고 보니 싫증이 났을 수도 있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도 하죠. 이해합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도 너무 소중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중함을 잊거나 모르고 있을 뿐이죠. 갑자기 사라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압니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불가피하게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만나봤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다음 행선지 없이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참담한지 모릅니다. 소중한 것을 모르고 함부로 다루면 그것을 잃게 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들, 집 나간 소가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잃기 전에 소중하게 소와 그의 집을 다루어야 합니다. 마치 제가 고가의 전자 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모든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간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