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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사람이다 >

1. 언제나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2. 수능을 끝내고 진로를 고민했다. 딱히 가고 싶은 과가 없었다. 내가 궁금한 것, 더 알고 싶은 것을 생각해 봤다. 답은 사람이었다. 3. 사람이 궁금하면 어느 과를 가야 할까. 의대가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니까. 하지만 갈 수 있는 과가 아니었고,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최선도 아니었다. 4. 결국 전공은 컴퓨터 과학이 됐다. 사람과는 가장 반대편에 있는 선택지였다. 막상 대학에 가보니 철학이나 사회학 쪽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교양 수업을 듣고, 전공 강의도 청강했다. 5.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보니, 사람은 학문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경영학자가 된다.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사람에 대한 배움의 연속일 뿐이었다. 6. 사람에 관해 가장 오래 붙든 질문이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정말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인가. 7. 지금의 결론은, 둘 다 아니라는 쪽에 가깝다. 8. 사람은 논리에 설득되지 않는다. 논리는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감정이고 진심이다. 9. 논리로 상대를 이겼다고 그 사람이 바뀔까. 승리했고, 상대는 패배했다. 그뿐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 10. 선택도 마찬가지다. 늘 스스로 결정하며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관찰 예능의 주인공이 자기 모습을 보며 놀란다. 내가 저렇게 행동한다고. 스스로를 타자처럼 보면, 낯설다. 11. 드러난 의식 아래엔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 있다. 우리를 움직이는 자동 조정 장치다. 그 무의식을 바꾸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도파민만 좇는 요즘의 모습들을 보면, 그 간격은 생각보다 넓다. 12. 이제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도 매일 사람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13. 세상에 없던 비전을 갖고 구성원을 설득하고, 고객을 설득하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새로운 동료를 모은다.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그것이다. 사람이 변해야만 가능한 일들. 14. 어떤 위대한 기업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무시와 멸시를 견디는 시간이 있었다. 그 과정 없이 성공한 기업은 없다. 15. 사람이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다. 그 믿음을 스스로 깨면서 증명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16.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선택한 이 길이 즐겁다. 때론 너무 고되기도 하지만.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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