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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 (1)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백패킹’은 백패킹은 야영 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레포츠를 의미합니다. 등짐을 지고 간다는 데에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등산과 트레킹이 복합된 레저 스포츠로 굳이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정해진 목표까지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 기억이 2003년 군대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따뜻한 집이나 편리한 호텔을 두고 야외에서 잠을 자는 일을 잘 상상하거나 소망하지 않았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고, 시간이 나서 같이 산을 오를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멤버 중 한 분이 최근 백패킹을 열심히 다니고 있었고, 초심자에게 입문자 코스로 제격인 곳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 따라나섰습니다. 화요일 오후 4시, 함께 백패킹을 떠나기로 한 멤버 3명이 약속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인천 무의도, 무인도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곳이 우리의 목적지였습니다. 각자 집에서 차를 끌고 와 약속 시간에 맞춰 장소에 집결하였습니다. 백패킹 경험이 없는 저를 위해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경력자가 배낭과 준비물까지 가져다주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과자, 컵라면, 물, 음료수, 휴지 등을 배낭에 챙겼습니다. 군대에서 행군할 때 매던 군장이 생각났습니다.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시작부터 어깨가 눌리고 허리와 무릎이 아파졌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운동으로 몸을 단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운동마다 주로 사용하는 근육이 다른 모양입니다. 백패킹 코스가 흥미로웠던 점은 섬에 있는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보이는 바다와 중간에 해변가를 걷는 재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반지 원정대가 모험을 떠나는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반지 원정과 비교했을 때 걸었던 길이가 불과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야영지에 도착했을 땐, 몇 동의 텐트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앞에는 바닷가, 뒤에는 암석 산이 보이는 야영지는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을 뚫고 빛이 내려오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 사이에 간간히 토닥토닥 내리는 빗방울은 이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에 물이 차자 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을 한 것처럼 약 5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서 각자 준비한 낚시 도구로 물고기를 기다렸습니다. 낚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낚싯대와 씨름하는 시간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낚시는 물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는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어쩌면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지난 추억과 미래를 향한 희미한 기대가 아닐는지요. 물고기는 잡혀도 그만,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는 기분이 아닐까요? 텐트를 치고 (제가 친 것이 아니라 베테랑 선배 형이 해주었습니다) 짐을 풀어서 바로 저녁 식사에 돌입했습니다. 메뉴는 컵라면과 불고기, 감사하게도 백패킹 베테랑 형님의 아내분께서 불고기를 포장해 주셨습니다. 윈드마스터라는 휴대용 버너가 텐트를 흔드는 바람에도 순식간에 물을 끓여 주었습니다. 컵라면에 라면을 붓자마자 배가 고파서 뚜껑을 열고 불고기 볶은 것을 올려 먹었습니다. 역시 고기 국물은 베이스가 라면이어도 맛있더군요. 누군가 불멍한 흔적을 따라 우리 일행도 열심히 나뭇가지를 주워도가 불을 피워 보았습니다. 평소 장작에 불을 붙이기가 여간 어려웠는데, 이번엔 불을 붙이자마자 나뭇가지들이 잘 타주었습니다. 미니 화로 덕분에 분위기도 따뜻해졌습니다. 준비한 마시멜로를 꺼내어 화로에 구워 먹었습니다. 오징어 모양 마시멜로는 설탕으로 코팅되어 불에 구우면 진짜 오징어 마냥 검붉게 그을렸습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달달했습니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니 오징어 모양으로 만들다니 대한민국 사람들 창의력이 대단합니다) 이것저것 군것질을 마저 하고 쉴 새 없이 나무를 구해다가 불을 때우며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항상 좋은 곳에 오면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아내와 아이들도 데리고 오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비록 화장실이 없고 물도 챙겨온 것으로 마시고 닦고 하는 불편함이 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하는데 큰 걸림돌이지만..) 막상 텐트에 들어가니 혼자 누운 실내가 동굴처럼 느껴졌습니다. 플래시로 빛을 비추면 실내가 보이긴 했지만, 텐트 밖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가 지나가도 모르고, 동물이 어슬렁거리며 냄새를 맡아도 모르죠, 개구리가 울어대는데 어디서 왜 우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동굴 속에서 밖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서워서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무거운 백팩을 메고 걸었던 원정길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스르르 잠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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