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만 남았다 >
1. 직장인은 시간을 판다. 평소엔 아무도 그걸 의식하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고, 자리에 앉고, 일을 하고, 퇴근한다. 그 익숙한 하루가 사실은 시간과 돈을 바꾸는 계약이다. 어기면 책임을 진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2. 시간을 팔았으면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한다. 그러면 결과가 남는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일을 했으니 결과는 나온다. 이것도 기본이다. 해야 할 의무다. 3. 그런데 시간을 쓰고 결과를 냈다고 끝이 아니다. 그 결과가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 문제를 풀었는가, 기회를 잡았는가, 누군가의 필요를 채웠는가. 목표한 것을 얻어냈을 때, 그제야 성과다. 4. 시간과 결과는 의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위에 있다. 성과에 닿았는가. 5. 오랫동안 일의 무게는 시간과 결과에 실려 있었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누구보다 많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성실함이 곧 능력으로 읽혔다. 6. 이제 그 두 칸을 AI가 가져간다. 시간을 줄이고 결과를 뽑아내는 일, 그러니까 효율은 AI가 대신한다. 며칠을 붙잡고 있던 보고서가 몇 번의 대화로 초안이 나온다. 7. 시간과 결과가 더 이상 내 능력의 증거가 아니다. 같은 도구를 쥐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에 닿는다. 효율에서는 사람의 차이가 거의 사라진다. 8. 차이는 그다음에서 벌어진다. 그 빨라진 시간과 쏟아지는 결과로 끝내 무엇을 만들어내느냐. 누구는 성과에 닿고 누구는 결과에서 멈춘다. 효율이 공짜가 된 자리에서, 남는 건 그 사람이 무엇을 노렸느냐다. 9. 시간을 팔던 시대다. 결과를 자랑하던 시대다. 둘 다 저문다. 남은 칸은 하나.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