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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겪은 만큼만 읽힌다 >

1. 회사의 리더들에게 같은 책을 여러 번 선물했다. 『왜 리더인가』. 받은 사람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좋은 책이네요, 그런데 다 아는 얘기 같기도 하고. 2. 맞는 말이다. 이 책에는 새로운 정보가 거의 없다. 감사해라, 겸손해라, 사람의 마음을 보라. 초등학교 교실 벽에 붙여둬도 어색하지 않을 문장들이다. 3.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펼치면 매번 다른 책이 된다. 같은 문장이 더 깊게 박힌다. 분명히 아는 얘기인데, 처음 듣는 것처럼 읽힌다. 4. 당연함에는 두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밖에서 자주 들어 익숙해진 당연함이다. 다른 하나는 직접 겪고 난 뒤에 몸에 남은 당연함이다. 글자는 같은데 무게가 다르다. 5. 이나모리 가즈오의 문장이 쉬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가 적은 당연함은 평생을 겪고 걸러낸 액기스다. 읽는 사람의 당연함은 겪기 전에 주워들은 말이다. 같은 글자, 완전히 다른 맥락. 6. 리더의 자리에 앉아보면 이 차이가 분명해진다. 회사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리더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순탄하게 굴러가는 조직을 관리하는 일은 누구나 한다. 리더의 진짜 일은 문제가 터졌을 때 시작된다. 7. 옳다고 믿는 일을 밀고 나가면 응원보다 발목을 잡는 손이 먼저 보인다. 그 자리는 외롭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적어 공감받기 어렵고, 그래서 리더는 자주 혼자 답을 낸다. 8. 그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 한 가지가 남는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인기도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람의 마음 하나다. 9. 사람의 마음은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자리는 나를 받쳐준 수많은 사람 덕분이다. 그걸 잊지 않을 때 감사는 저절로 우러난다. 10. 결국 책이 달라진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그만큼 겪은 것이다. 좋은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겪고 돌아온 사람에게, 그때 알았어야 할 것을 뒤늦게 비춰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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