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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명 앞에서, 단둘이었다 >

1. 많은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일은 늘 어렵다. 백 번을 해도 그렇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새롭고, 매번 떨린다. 2. 끝나고 나면 좋은 말을 듣는다. 편안해 보였어요. 하나도 안 떨던데요. 말 참 잘하세요. 고마운 말이다. 그런데 정작 동의가 안 된다. 무대 위의 나는 늘 떨고 있었으니까. 3. 어느 날 문득 멈칫했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나의 고객이다. 그렇다면 맞는 건 내 느낌일까, 그들의 피드백일까.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같은 말을 듣는다면. 나는 늘 부족하다 느끼고, 그들은 늘 편했다고 한다. 이 간극은 어디서 오나. 결국 어디서 보느냐의 문제였다. 4. 그림을 그려본다. 수백 명 앞에 나 혼자 서 있다. 앞을 보면 수백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한다. 1 대 N. 모든 무게가 여기서 시작된다. 나는 한 명, 그들은 너무 많다. 그 많은 사람을 전부 만족시키고 싶다. 그게 어깨를 누른다. 5. 그래서 관점을 돌려봤다. 앞에 앉은 사람의 자리에서 무대를 본다. 지금 그들은 나의 고객이니까. 그 눈은 무얼 보고 있을까. 그 눈은 무얼 듣고 싶을까. 6. 신기한 게 보였다. 그 사람 눈에는 오직 나만 있다. 옆자리에 앉은 수백 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건 1 대 N이 아니었다. 1 대 1이다. 그와 나, 단둘이다. 이 사람은 무슨 얘기를 듣고 싶을까.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7. 생각 하나 바꿨을 뿐인데 어깨가 가벼워졌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말한다. 수백 명에게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한 사람과 대화하는 셈이다. 그제야 눈동자가 보이고, 표정이 보인다. 점점 편안해진다. 8. 생각의 힘은 세다. 무대는 여전히 떨린다. 다만 이제는 그 앞에서 N이 아니라 한 사람을 본다. 두려움도 결국, 어디서 보느냐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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