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처럼 대하고, 사람은 AI처럼 대한다.
요즘은 AI 활용법이 정말 많습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지, 어떤 모델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AI에게 질문 하나를 해도, 배경을 설명하고 목적을 설명하고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피드백을 줍니다. 심지어 “너는 20년 경력의 전략 컨설턴트야.“ 같은 역할까지 부여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해야 AI가 제대로 일한다는 걸 이제는 모두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AI를 잘 활용하는데, 팀 역량이나 업무 성과도 그만큼 탁월하게 개선되고 있나요? 오히려 사람에게는 이렇게 행동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거 해주세요.” “이 방향으로 진행하세요.” “(AI가 짜준) 자료 보고 정리해 주세요.” 맥락도 없고, 기준도 없고, 왜 하는지도 없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기대와 다르면 말합니다. “그게 아닌데.” “내가 했으면 벌써 끝났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AI는 몇 천 자의 맥락이 있어야 제대로 일한다고 믿으면서, 사람은 몇 줄만 말해도 알아서 이해해야 한다고 기대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우리는 중요한 고민은 AI와 합니다. 전략도 AI와 토론하고, 반론도 AI에게 받아보고, 기획도 AI와 수정합니다. 몇 시간 동안 사고를 함께합니다. 그리고 팀원에게는 결과만 전달합니다. “이대로 진행해 주세요.” 사실 팀원은 사고 과정을 한 번도 공유받지 못했습니다. (프롬프트나 마크다운 정도를 공유받기도 하겠네요..) 그런데 우리는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왜 이렇게 이해했지?“라고 묻습니다. (AI에게는 그렇게 묻지 않죠. 내가 정보를 덜 줬구나 생각하죠.) AI에게는 끈질기게 설명하면서 사람에게는 결과만 던지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그 사람의 역량을 의심하는겁니다. 사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AI는 실행을 돕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AI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이상한 역전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고는 AI에게 맡기고, 실행은 사람에게 맡깁니다. AI와는 몇 시간을 대화하면서, 사람과는 몇 분도 대화하지 않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말은 결국 리더십이 탁월하다로 귀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롬프트를 잘 쓴다는건, 상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맥락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일테니까요. AI가 흔히들 경력자를 남기고 신입과 중간 직급을 불필요하게 만들거라는데, 추가로 ‘설명을 잘하는 리더’와 ‘못하는 리더’의 차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만들 것 같습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술이 아닐까요. AI에게 하는 설명의 절반만 팀원에게 했어도, 많은 조직은 지금보다 훨씬 잘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반성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