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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일 수도 있잖아요

경기가 끝나고 믹스존은 조용했다. 비기기만 해도 올라가는 경기를 졌다. 감독을 탓하는 목소리는 이미 경기장 밖에 가득했다. 정작 가장 답답한 사람은 그라운드를 뛴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 앞을 말없이 지나쳤다. 손흥민도 그랬다. 못 본 척 지나치고 있었다. 누구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그때 한 마디가 들렸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요." 지나치던 발이 멈췄다. 그는 돌아서서 짧게 소감을 남겼다. 그 말이 그를 세웠다. 이번 경기가 한국의 이번 월드컵 마지막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는 말 앞에서는, 외면하던 걸음도 멈춰 선다. 우리는 대개 다음이 있다고 믿으며 산다. 다음 경기, 다음 기회, 다음 사람. 그래서 오늘을 조금씩 미룬다. 멈추지 않고 지나친다.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여기면 같은 일이 달라진다. 더 깊이 들어가고, 가진 것을 남김없이 쓴다. 곁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본다. 그리고 아마, 조금 더 행복하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요. 손흥민은 그 말에 멈춰 섰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요. 이 말 앞에선, 아직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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