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열 칼럼] 인공지능(AI) 판사는 정의로울까? AI의 실생활에 적용은 언제 정도 가능할까? AI가 본격화되면 기존 전문직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 판사에 대한 이
[양지열 칼럼] 인공지능(AI) 판사는 정의로울까? AI의 실생활에 적용은 언제 정도 가능할까? AI가 본격화되면 기존 전문직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 판사에 대한 이 칼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쯤 인간의 판단 또는 그 이상의 공정함을 가진 인공지능 판사를 볼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I판사를 채용하여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세계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고도 고작 1년 6개월의 징역형에 그친 판결에 분노한 목소리였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얼마나 낮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차라리 인공지능이라면 “기계적” 중립이나마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 편이 더 정의롭지 않을까 하는 질문인 것이다. 발달한 데이터 베이스(DB) 수준의, 업무효율을 위한 보조수단을 넘어 독립적인 판단까지 내리는 인공지능 판사가 필요할 것인가? 2021년 7월 법조계는 판사 지원 자격을 둘러 싼 논란에 휩싸였다.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높여 놓았던 기준을 5년으로 다시 낮추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손이 딸려서이다. 판사가 부족하면 재판이 미뤄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는다. 법조계가 눈을 감고 있는 문제도 있다. 민사소송의 70퍼센트 가량은 이른바 소액사건이다. 소송가액이 3천만원 이하일 때 소액사건으로 분류한다. 대부분 3천만원까지 이르지도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을 둘러싼 갈등을 겪기 쉽다. 비율로만 따지자면 절대 다수이지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배 보다 배꼽이 크니까. 변호사 없이 당사자들이 법정에 나오다보면 판사 입장에서도 반가운 사건들이 아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만큼 진행하는 일이 어렵다. 게다가 아무리 많은 숫자를 처리해도 경력에 도움도 안된다. 국민들의 고충의 크기와 법원의 입장은 반비례인 셈이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에스토니아 사법부는 그래서 2020년부터 분쟁 가능성이 적은 소액재판을 인공지능 판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중국도 온라인으로 질의응답을 통해 형사소송 진행을 돕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가정법원은 이혼하는 부부의 재산분할도 인공지능이 담당하기 시작했다. 필요성도 입증이 된 셈이다. 우리 법무부도 인공지능으로 생활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 “버비”를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보다 복잡한 사건들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 입력하는 원래의 자료 자체가 잘못돼 있다면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좋은 내용만 선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공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 사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법원은 2021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했던 기존 판례를 바꾸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인간의 한계를 어디까지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판사들 편하자는 일이 아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돕는 일이어야 한다. 새로운 법과 제도로 인공지능을 도입해야 할 정치권이, 때로는 사람보다 똑똑해 보이는 조수를 두게 될 법원이 잊지 말아야 할 청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