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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네이밍을 위해 ] 1.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업무 중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 것은 '네이밍'이었습니다. 공간기획에 필요한 부분부터 인터널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이름이 필요한 곳이면 자

[ 좋은 네이밍을 위해 ] 1.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업무 중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 것은 '네이밍'이었습니다. 공간기획에 필요한 부분부터 인터널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이름이 필요한 곳이면 자의 건 타의 건 들여다보았습니다. 맹세코 대충 지은 이름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2. 네이밍 작업을 요청 주는 분들마다 늘 동일한 질문을 합니다. '뭐 좋은 이름 없을까요?' 3. 그럼 저는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이름을 짓고자 하는 대상의 성격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네이밍에 방해가 되는 허들이 있는지, 꼭 부각되었으면 하는 가치가 있는지 등을 파악합니다. 때로는 '왜 이름을 지으려고 하시나요?'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질 때도 있죠. 4. 그런 다음 저는 열심히 스터디를 합니다. 다른 곳은 어떤 이름을 쓰는지 찾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름의 용도를 규정하고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비슷한 영역에 있는 네이밍들과 부딪히지는 않을지 살펴보고 혹시 그저 우리끼리만 만족하고 실제 사람들은 잘 부르지 않을 Dead Name 으로 전락하지 않을지도 체크합니다. 5. 네이밍을 의뢰하신 분들과 이런 과정을 함께 거치다 보면 마지막에는 클라이언트도 저도 서로가 동의하는 합의점에 이르곤 합니다. '와 이거 좋다'가 아니라 '아 이렇게 가야 맞는 거구나'라며 생각의 결이 같아집니다. 'A,B,C,D,E 안 중 하나 고르시면 됩니다'가 아니라 '이름을 둘러싼 수많은 상황들을 함께 시뮬레이션 해봅시다'가 훨씬 중요하고, 이 과정을 함께 경험한 사람과는 서로 관통하는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6. 최근에 함께 작업한 분은 '네이밍은 크리에이티브 영역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가치 판단의 영역이네요'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네이밍 업무와 관련해서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명확하고 적확한 대답이었습니다. 7. 사실 저는 '법칙'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의 몇 원칙' 같은 책이나 아티클에도 사실 알러지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네이밍의 법칙'을 운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신이 몸담은 네이밍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 소개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입니다. 8. 그러니 이름이 필요한 사람도, 이름을 짓는 사람도 함께 밀림을 누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합니다. 좋은 이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고,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 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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