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신경과는 1, 2년차 전공의들이 입원 주치의를 맡고, 필자를 비롯한 임상교수들이 지도를 하는 구조로 돌아간다. 주치의는 두 달 순환근무한다. 순환근무가 끝날 즈음엔 어느 주치의가 가장 고생
병원에서 신경과는 1, 2년차 전공의들이 입원 주치의를 맡고, 필자를 비롯한 임상교수들이 지도를 하는 구조로 돌아간다. 주치의는 두 달 순환근무한다. 순환근무가 끝날 즈음엔 어느 주치의가 가장 고생을 많이 했는지 서로 비교가 되곤 한다. 어떤 주치의는 중증 환자나 예상치 못한 심폐소생술 등으로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아 심심한 두 달을 보내는 전공의들도 있다. 아무리 수련중인 의사라도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건 인지상정. 고생한 전공의들은 자신의 운이 나쁘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나쁜 불운은 전공의 시절 내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정말 불운이라는 불가항력이 작용한 결과일까? 학교 교육은 주어진 문제에 최선의 답을 내는 학생을 높게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교 등수까지 순위를 매기는 이 시스템에 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전공의들은 전국에서 모인 문제 풀기의 달인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전공의가 되어 환자를 보면 시험 문제를 풀듯 술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교육 환경과 병원 현실 사이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는 ‘문제를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만 있을 뿐, 이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주치의가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일에 익숙했던 그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익숙치 않다.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약간의 수분 불균형으로 전신 부종이 시작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 문제가 며칠간 누적되면 폐부종과 함께 갑작스러운 호흡부전이 발생하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만약 그가 초기에 수분 불균형이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조정했다면, 그 환자는 이런 중환이 됐을까? 전공의들의 고생의 차이는 문제를 찾지 못한, 본인이 초래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 잘하는 주치의가 보는 병동은 재미없을 정도로 아무 일이 없다. “기본에 충실하고, 문제를 초기에 발견해서, 중환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게 필자가 매일같이 전공의들을 교육하는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게 의사에게만 국한된 얘기일까? 사실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 아닌가? 집이건, 직장이건, 심지어 나랏일이건, 초기에 사소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나는 일은 우리가 흔하게 보지 않았는가. 인생에서는 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찾는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제도 모르는 사람이 대체 무슨 답을 찾는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