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재난에는 전조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번아웃 신드롬'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듯 하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번아웃 신드롬’은 전세계적인 현
1/ 모든 재난에는 전조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번아웃 신드롬'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듯 하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번아웃 신드롬’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 전세계 46개국,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62%는 최근 3개월 동안 번아웃을 '자주' 또는 '매우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다. — 89%는 직장에서의 삶이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 85%가 웰빙이 감소 중이라고 응답했다. — 55%는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2/ '번아웃 신드롬'에 대한 흔한 고정관념은 세 가지이다. — 1) 의학적 질병이다. — 2) 코로나로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되었다. — 3) 개인의 노력으로 치유할 수 있다. 3/ 번아웃 증후군은 의학적 질병이 아니다. — 번아웃 증후군은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정의한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약물 중독자를 상담하는 전문가가 느끼는 무기력증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 하지만, 2019년에 들어서야 정식으로 인정되었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에서 오는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 증후군은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 포함은 되었으나, '질병'이 아닌 '직업 관련 증상'으로 정의되었다. 4/ 번아웃 증후군은 ‘축적’을 통해 발현된다. 매일매일 과도한 스트레스, 좌절과 무기력, 피로감이 반복되면서 발생한다. 최근 이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가중되었기 때문이었을 뿐, 그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5/ 번아웃은 단순히 직원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크리스티나 마슬락, 럿거스대 수전 E. 잭슨, 디킨대 마이클 라이터는 번아웃의 주요 원인으로 다음 6가지를 꼽고 있다. 6가지 모두 조직 차원의 문제이다. — 과도한 업무 부담 — 업무 자율성 부족 — 충분하지 않은 보상 — 공동체의식 결여 — 형평성 부족 — 일과 가치의 충돌 6/ 번아웃이 증대되는 근본적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 1) 과도한 업무 부담: 갤럽 연구에 따르면 주당 근무 시간이 50시간을 넘어갈 때 번아웃 가능성이 증대되고, 60시간이 넘어갔을때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코로나가 심화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많은 경우 업무 시간이 증대되었다. — 2) 업무 자율성 부족: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워킹맘에게 육아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업무와 육아를 동시에 집에서 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져왔고, 여성의 퇴사율은 남성보다 4배나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 3) 과중한 미팅: 줌 미팅이 마치 신조어처럼 들리나, 나쁜 업무 환경의 또 다른 예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았던 미팅이 코로나 시기에 급증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팅 시간이 13% 증대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비대면 미팅이 대면 미팅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 4) 개인의 과중된 스트레스를 방치: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정부나 기업은 확산을 줄이고, 백신 접종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구조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관심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요가나 명상, 운동을 추천하는 웰빙 조언들은 일회성 처방으로 그쳤고, 정작 번아웃을 예방하는데는 효과가 크지 않다. 7/ 그렇다면 번아웃을 어떻게 예방할까? — 1) 업무시간 효율화: 번아웃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업무 시간 자체를 줄이고, 구조적으로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불필요한 미팅을 줄이는 것이다. 이 미팅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 사전에 자문이 필요하다. — 2) 공감: 직장은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 하지만, 사람들은 어디서든 공감을 원한다. 공감은 코로나 시기에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경청'하는 자세야 말로 이 시기에 필요한 리더십이다. — 3) 사내에서 정신건강을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 직장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된다. 하지만, 이제 번아웃 증후군은 이미 우리 옆에 실존해 있다.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은 보장하되, 공식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 4) 목적의식: 너무 뻔한 얘기일 수도 있으나, 자신의 일에 대한 목적의식은 분명 번아웃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크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 사람들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 5) 연대의식: 코로나로 인한 재택으로 새롭게 입사한 분들이 직장 내에서 대면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었다. '고립감'은 이제 직장 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대면은 관계를 형성하는 첫걸음이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은 소속감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8/ 번아웃 증후군은 아직까지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질병이 아니라 직장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중상이다. 이 증상이 갑자기 발현했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는 장기간 축적되었을 것이고, 코로나로 가중되었을 뿐이다. 9/ 번아웃 증후군은 요가나 명상, 운동과 같은 임시 처방으로 예방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런 처방은 최악이다. 증상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과 방치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라는 갑작스런 화재를 어떻게든 진압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왔다. 이제는 그 화마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도 집중할 때이다.